친정아버지께 아들에게 써주신 글 결혼하면 가훈으로 쓰라고 하셨다고 아들 핸드폰 바탕화면에 찍어놓고 늘 마음에 새긴다고. 감자에 싹이나서 카레 좋아하는 아이에게 모처럼 엄마노릇 하고 싶었다 한쪽 구석에 팽개쳐 논 감자박스처럼 그냥 두어도 쑥쑥 자란 아이 돌아보니 고단함이 역력하다 아직 봄소식 없는 이력서 수십장 쓰면서도 겨울눈발속 매화처럼 웃으며 대나무처럼 푸른 아이 베란다 구석 쳐박아둔 감자박스 그 안에서 생명이 푸르게 자라고 있었다 몸을 통째로 내맡긴 감자 알 젖물 빨아먹은 감자잎이 무성하다 언제 아이에게 통째로 젖 물린 적 있었던가 제 몸 물기 다 빨려 쭈글거리는 뱃가죽만 남았어도 감자 싹 매달고 희망노래 부르고 있는 냉동고의 내 어머니 감자에 싹이나서 이파리가... 가위바위보~가위 바위 보 그것봐 어머닌 언제나 져 주시잖아 젖 가슴 다 비워내시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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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귀 꽃
붉은 영혼 강을 건너다
발목이 빠진다
쏜살같이 달리는 세월과 함께 달리기란
얼마나 숨 가쁜 일인가
더러는 너와 포개져
네 몸 위에 다리를 올려놓고 쉬고 싶다
아니면 그냥 벗은 몸 그대로
아무렇게나 흐트러진 채로
산다는 것은
참나무 굴뚝에 활활 타고
숯으로 남는 것
꺼진 듯한 불꽃
다시 피우며 살아내는 것
때로는 심장 가득 슬픔을 채워두고
보고싶다는 말조차 꺼내지 못한
꽃 한 송이 피워내는 것
소낙비처럼 쏟아내는 거친 숨소리
가만히 덮어두고
몸속에 남아있는 흔적을 닦는 것
머릿속에 감긴 필름을 되돌리며
간혹…웃다가
간혹…울다가
숨넘어가도록 황홀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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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마음으로
겨우내
초록바람 기다리며
꽃을 빚었습니다.
간간히 가슴 저미는 그리운 숨소리
그대 가슴 펼쳐놓을 사랑
꽃으로 피었습니다.
온 천지 꽃 사월
그대 오소서
꽃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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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愁洞
밤꽃 진한 숫 내음으로 피었어
산 벚꽃 분홍입술 배시시 웃었어
마음 그림자 벗어내고
느티나무 그늘 앉으면
먼먼 길 돌아
맑은 개울물로 흘러
휘어진 노래 가락 같은 능수버들
허리를 비틀고 피리 불면
세상먼지 다 털어내고
마음 가벼운
의자하나
등 내밀지
걸러낸 창호지 같은 맑은 물
지나는 바람까지 헹궈내고 있는
無愁洞
거기 깨끗한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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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겨베개
그렇게 까끌 거리는 세월
묵직한 머리로 눌러놓으니
다 부서져
먼지만 남았어
언제였던가
시집오는 이불 보따리에 넣어놓은 왕겨베게 두개
거친 세상 걷다 돌아온 무거운 다리도 받아주고
덜어내지 못한 생각이 쌓여
천만번 뒤척인 파도 같은 멍에 짐
햇살 투명하게 비친 힘줄타고
줄기차게 뻗어가던 담쟁이 넝쿨 같은 삶
그 기진한 세월을
함께 해온 왕겨베개
가만히 머리 대면
不眠 가득한 아침 해 세수하고 엿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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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벌레의 집
아기 자나방 꿈꾸던 아이는
다리 흉터 감추고 싶어 했다
다리 묶어놓은 자지러지게 혼란한 꿈
날개 찢고 싶은 예리한 칼날 품에 숨겼다.
한 뼘도 넘는 흉터사이마다
표시나지 않게 몸 숨기고
자라지 않는 뼈를 한자씩 늘리려 딱딱한 나뭇가지만 부러 뜨렸다.
골반 뼈 떼어다가 어깃장 쳐도
휘어진 뼈 철골 박아 나사로 돌려봐도
부서져 내리던 꿈
기어서기어서
날선 칼날 한 뼘 씩 자라는 절망을 잘라
눈물 마르는 웃음을 재단했다
꼭 한 뼘 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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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소식
계절과도 눈 맞춤 하고 계시는 님
그러네요, 찬 바람 속에 봄을 전하는 진동이 전해지네요.
모르겠어요 봄이 되면 얼마나 눈이 부실지
그래서 얼마나 눈을 감고 걸어야 하는지
그냥 다녀간 흔적 사진처럼 찍어 눈 속에 가두어 두었음 싶다구요
꽃이 피는 소리 꽃이지는 소리 바람이 지나는 소리 물 흐르는 소리
소리를 담아두고 싶다구요 그리고 별무리 나오는 초저녁
끝내 전해야 하는 말이 있다구요
꽃 상처 남기고 떠난 바람소리
흑백사진으로 정지 되었어요
오래된 앨범에다
넣어두고
굳게 닫아 논 서랍 속 기억
꺼.내.보.다
눈 내린 아침
홍매화
빨간 루즈 바르고 길 나설 채비를 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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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침마다 바다로 간다
아침 출근을 서두르며 넥타이를 매는 사람의 등 뒤에서 바라 본다
하루 종일 저렇게 조여진 목으로 살아야 한다는 게
햇살 비껴 책갈피에 끼워져 납작하게 마른 나뭇잎 같아 부서져 버릴 것 같은 안타까움
인생이 바다라면, 어차피 조각배 타고 흔들려야 하는 거라면 지치지 말고 달리자고
파도가 몰아치고 비바람이 몰아쳐도 그 배는 곧 육지에 닿으리라고
그곳에 가면 물기어린 눈으로 눈동자 기다리던 어린 딸아이의 등대 같은 웃음
희망의 판도라상자 있으리라고
흔들리며 가자고, 흔들리며 가자고, 흔들리며 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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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통증
사진은 왜 캄캄한 암실에서야 잘 보이는 걸까
빛없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얼굴을 더듬느라
허비한 시간 속에 이미 기운을 잃어버린 시계
우리 오늘도 수없이 쏟아놓은 배설물 위에서 째깍 이고 있다
응급실에서
가슴 뼈 찍은 엑스레이를 바라보다 웃었다
마음은 절대 찍지 못하는 저 무지한 기계 앞에
턱 괴고 숨을 참는다
뭘 찾는단 말인가
얇은 필름 속에 들어있는 그 무수한 밀림 속을 헤매며
뼈 속 깊이 숨 가쁘게 뛰는 심장이 말하는 소리를
어떻게 듣는가 말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스트레스
온몸 친친 감는다
둑처럼 무너져 내리는 통증
질감 높은 회색빛을 덧입히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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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
아주 은밀한 성 있었다
한달에 한번 차고 고이는
핏물
벽을 허물어
쏟아내고 쏟아내더니
나팔꽃
시든 자리
불화로 쏟아놓고
슬픔을 말리고 있다
등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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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 書
마음속에 강 있습니다.
먼지 가득한 길 걸을 때마다 외는 주문
마음속에는 강 있습니다.
그러면 강은 정지한 듯 멈추어있다가도 힘차게 흐릅니다
송사리 빠가사리 피라미
강물에 어울려 함께 수를 놓습니다.
비린내 나는 강물 아니라
가슴을 차고 거슬러 오르며
강물 속에 수천마리
희망을 뿌립니다
힘이 들 때는 주문을 욉니다
마음속에 강물 흐릅니다.
어깨길 없이 빠듯하게 걸어온 세월이지만
강물 지나는 곳 강아지풀 메꽃 달맞이꽃
촉 하나
뽀얗게
불을 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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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길은 목적지에 다다르기 위해서만
비켜주지 않는다
36.5도의 일정한 온도로 끓는 피
온도계를 데우는 사람에게
심장을 내어준다
길은
그 자리에서
계절의 그림을 그리며
지나는 사람들에게
상처 난 옆구리를 다독이며
푸른 신호등 켠다
길은
되돌아 올 사람에게
되돌아오지 않을 사람에게
누구에게나
순하게
몸을 편다
길은 돌아올 낡은 약속을 믿고 오늘도 가슴을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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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지지 말 것
老교수님 서재
완고한 느티나무처럼 빼곡하게 가지런히 꽂혀있는 책
교수님 손길 닿고 마음 닿은 반듯한 길
자꾸 흐트러놓는 사람 있어
참다못해
호통보다 더 무서운 침묵
백지위에
뜨거운 불같이 타고 있는
.
.
.
怒! 拖治!!
그대를 흐뜨려놓은 죄 때문에 오금 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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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끝에 서 본 사람은 벼랑에서도 희망의 꽃을 본다.
절벽 끝에 서서 코앞으로 다가오는 날카로운 칼날을 마주하는
위태로움을 핏줄 속으로 뜨겁게 받아드리며 그 칼날을 잡고 다시 서는 것
거친 호흡소리
침 튀기는 대사 들으며 관객과 배우가 하나가 되는 연극
따뜻한 집 인생 그리는 우리는 노숙자다.
추억 무늬 기억하면서 하나씩 램프가 꺼져갈 때 마다
마지막 위해 생을 마무리하는 ‘램프들’은
어디를 가나 사 모으는 작은 촛대들 생각나 웃음 짓게 했다.
해진 인생 다시 촘촘이 박음질 하고 싶었을 욕망 생각하니 가슴 저렸다.
힘든 일 있으면 하느님께 기도하며 해결해 달라고 할 때 누군가 그랬다
‘하느님도 바쁘다고..그러니 그런 것쯤은 스스로 해결하라고
조폭과 아줌마의 공통점 몇 개중에서 ‘문신을 한다’라는
말 생각나게 하던‘흉터’
내 몸 곳곳 칼자국 지나간 자리 감추고 싶던 움추림에서
흉터자국 통해 사람들을 이해하고 이해받는 새로운 인생 시작한
싸한 눈물 없이 담담히 받아드리는 마지막 길 남긴 유품
우리의 모습 아닐까?
타래로 꼬아버린 절망 벼랑에서
희망 꺾어들고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
찐한 눈물도 환한 웃음도 없는 파스텔톤의 연극은
녹색 짙은 날 우울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절벽 끝에 서 본 사람 벼랑에 핀 희망 꽃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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