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김장을 꿈꾸며

비단모래 2006. 11. 14. 22:37

 

 

아침에 모처럼 청국장을 끓였다.

어제저녁 미리 무와 다시마 멸치 그리고 매운고추를 넣어

다시국물을 만들어 놓았었다.

바쁘다고 아침 식탁이 늘 부실하다.

묵은 김치에 된장한술 넣고 끓여주거나 바쁘면 어느땐 국도 없이 아침을 차린다.

그것도 나는 반찬 없다고 아침을 잘 먹지 않는다.

밥위에 고구마 얹어 쪄서 우유 한잔과 먹고만다.

 

그렇잖아도 입맛 없을텐데 옆에서 곰살궂게 아침을 같이 먹어주지 못해

민망하다.

일하는 주부, 살림은 영 그렇다. 물론 일과 살림을 똑떨어지게 하는

주부도 많지만 나는 살림엔 영 소질이 별로다.

그런 썰렁한 아침을 먹고도 "오늘 즐겁게 지내"

하며 환하게 나가는 사람의 뒷모습은 싱싱하다.

 

오늘도 10시가 넘어서야 집에 들어왔다.

남편 혼자 기다린 거실이 넓다.

"저녁은 먹었어요?"

"회사에서 먹었어~저녁은 잘 먹은 거야?"

"응 학교에서~학생들하고 모처럼 만나서 ~"

 

아침에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14층에 사시는 아주머니가 예쁜 가제수건을

가지고 타셨다.

가제 수건에는 꽃무늬가 수놓여져 있었다.

"어머..예쁘네요~행주예요?"

"아니~이거 머리수건인데~옆동 친구네가 김장 한다기에 머리에 쓰려고~"

"벌써 김장할때가 되었네요~나는 고추장만도 않했는데~"

 

"직장다니니 좋겠네~아침마다 이렇게 나가고~"

"에구~주부가 직장엘 나가니~가족들이 고생이네요

변변한 먹을거리도 못해주고"

 

그러며 1층까지 내려왔다.

김장 잘하시라고 인사하고 시동을 걸었다.

 

나는 김장 준비도 못했다.

양가 어머니 돌아가시고서는 집에서 김장을 하지 못했다.

그냥 지인이 좀 주거나 아니면 주문해서 김치를 먹고 있다.

미리 고추를 준비한다거나 하는 준비도 못한다.

올 여름 마늘만 두접 시골에서 사다가 걸어두고 조금씩 까먹을 뿐~

 

김치를 넣은 반찬을 잘먹는 남편

김치를 지져주거나 국을 끓여주거나 김치넣고 생선을 조려주거나

김치만 있음 잘먹는데

그 기본적인 김치때문에 늘 부담이다.

 

김치 담그는 일이 손이 많이 가기때문에 그렇게 시간 내기가 좀처럼 어렵다.

알뜰하게 김장하며 장담그는 주부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방송에서 배추 무가 풍작이라고 밭에서 그냥 버려지니

한가정당 5포기씩 더 김장을 하면 좋겠다고 말하는데

말하는 나는 실천을 하기가 어려우니 참~

 

김치냉장고만 덜렁있음 뭐하는지~

통마다 김장 가득 담가놓으면 얼마나 마음이 부자 같을까?

 

친정어머니 계실때 쌀 사놓고 연탄 사놓고 김장해서 몇단지 묻어두면

겨우살이 끝난다고~마음이 얼마나 부자가 되는지 모른다고 뿌듯해 하셨는지

그마음 알것 같다.

 

참바람 부니

김치냉장고 가득 김치를 담그고 나도 마음부자가 되고 싶다.

 

 

요즘 절임배추도 있다고 하니 그것이라도 사다가 남편과 둘이 버무려넣을까?

 

 

 

 

지중해-여보 정말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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