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첫눈

비단모래 2006. 11. 7. 08:15

 거리는 아직 가을이 남았는데

입동인 오늘 새벽 대전엔 첫눈이 내렸다.

내가 자는 사이...

 

어제는 가을비로 마음을 적시더니

오늘 아침 첫눈이 심장을 뛰게한다.

 

 

아침밥을 지으려고

썰을 씻고 콩을 한줌 넣어 씻어놓고는 주방너머 계족산을 바라보았다.

아침마다 눈을 뜨면 바라보는 계족산

그 계족산이 주는 힘이 푸르다.

 

그런데 오늘 아침

계족산은 흰 면사포를 쓴 신부가 되어 있었다.

가슴이 뛰었다.

 "여보~~~"

 

아침 샤워를 하는 남편을 불렀다.

"왜~"

 

"잉 몰라~나자는 사이 첫눈이 내렸잖아"

 

좀 격양된 목소리로 호들갑을 떠는 내게

"깜짝놀랐네~"

 

하면서 사진 몇장을 찍어준다.

 

그러며 말한다.

"첫눈 이거 무효야~당신 내리는거 못보았으니..

다음에 눈내리면 함께 맞아줄게"

 

 

 내가사는 아파트 건너 교회 지붕에도

엊그제 신장개업한 식당에도

 

그리고 계족산...

 

하얗게 솜이불을 덮어 놓은 첫눈

손톱끝에 봉숭아꽃물 조금 남아있는 내마음엔~

아릿한 마흔아홉의 입동.

 

 

 

지중해-여보 정말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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