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懷婦詞

비단모래 2006. 11. 3. 10:03

 

 

여든의 아버지가 어머니 1주기 기일에 손수 쓰신 편지를

큰오빠가 읽었다.

먼저 보낸 아내를 그리는 마음이 절절해 6남매 모두 울었다.

 

 

부인! 보연 진주유씨 영전에 고합니다.

아! 세월이 덧없이 흘러 어느새 당신을 보낸 오늘이 돌아왔소.

남아있는 이사람 회포를 전하려니 무슨말을 해야할지

흉금이 막막할 뿐이오.

허구많은 세월 어려운 살림에도 좀처럼 심기가 약해지지 않았고

친가가 수 하는 가문이라

오래오래 살 것이라 항상 자부 하였으므로 내마음 든든하여

끝까지 함께 하기를 바랬더니

하늘이 부르시었나 급히 세상을 하직하였으니

아! 한번 가면 소식들을 길이 없는 것인가?

유명이 이렇게 현격하다니 부디 천상옥경의 향락에

길이길이 남기만 빌고 빌 뿐이오.

 

해가지듯 남은 목숨은 이만치 유지되고 좌우에서 맘을 써주어

별달리 피곤하지 않으니

나를 위해서는 염려하지 말고 당신의 아들딸을 잘 보살피어

개개이 충실하게 제길을 활보하면

애들 엄마 영령이 탄탄대로 잘꾸며서 자식들이

현달하는줄 알고도 남을 것이오.

 

약한 무릎 건전치 못해서 몸을 갖기가 쉽지않고 

정신이 혼미해서 품은 사연 다하기 어렵소.

아이들이 마련한 당신위한 자리에서 언짢은 마음 그윽히 달래노니

그대영령 내리시어 기쁘게 흠향하시옵소서!

 

    이해 병술년 양력 10월28일 저녁에 남편 이**은 큰애 **를 시켜 이글을 읽게하오.

 

 

 

 

아버지의 글씨! 마음心

지중해-어머니정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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