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조카의 졸업

비단모래 2006. 2. 10. 18:01

                                    동생차안에 있는 인형들...이녀석들도 즐거워하는 아침

 

우리가 평생 살아가면서 졸업은 몇번이나 맞을까?

상급학교를 진학하면서 맞는 졸업도 있고

인생살이마다 졸업해야 하는 순간도 있고 그리고 마지막 인생을 맺음하는

졸업도 있을텐데

오늘 아랫층 사는 동생의 하나뿐인 아들..나의 사랑스런 조카의 졸업식을 보러가는 길

흩날리는 눈발이 먼저 앞장을 섰다.

 

참 이상하지!

 

졸업식이나 입학식..날씨가 쾌청한 날이 별로 없던 기억이 난다.

알 수 없는 미래를 예측하듯 날씨가 먼저 세상을 간유리처럼

흐릿하게 채색을 하니...

 

                                     내 차의 눈을 쓸어준 멋진 제부

 

나보다 10년 늦게 결혼한 동생내외

아들의 중학교 졸업식 장에서 무얼 생각했을까?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스쳐갔을까? 그렇게 커버린 아들...그 아들을 보면서.

 

오늘 졸업한 조카는 조카지만 내 막내아들같은 애잔한 마음이 든다

태어나서 7개월 내가 맡아 기르면서 기저귀 갈고 우유 먹이고 목욕 시켜 기른 조카..

지금은 라이프코치 강사로 활동하는 동생이 유아교육과를 졸업하고 유치원교사로

일할 때 조카는 태어났다

내 아이들이 어느정도 자란후에 우리집에 온 아가는 얼마나 귀염둥이였는지

형들도 이모부도 새로 생긴 아기에 대해 신비해 했다

아기는 내가 안고 해바라기가 부른 '사랑으로'노래만 불러주면 사르르 잠이 들었다

나중에는 TV에서 이노래만 나오면 놀다가도 베개를 베고 누워 나를 감동시켰다

아마 이 아기를 위해 사랑으로 란 노래를 만번도 더 부른것 같다

 

그러다 가까이 살던 동생네와 떨어져 이사를 하게되었다.

그때부터 조카는 혼자 모든일을 혼자하며 지냈다.

엄마가 유치원에 가면 저도 유아원에 다니며 혼자 문따고 들어와 혼자 밥먹고

혼자 책보고 놀았다

조금 자라서 유치원에 갈 나이가 되었을때 다행이 동생이 원감으로 있던

유치원엘 다니게 되었다.

 

하지만 동생은 아들에게 엄마라고 부르지 못하도록 했다

다른 아이들에게 소홀해 질까봐 꼭 선생님이라 부르게 했다

 

 

 

 

 

조카는 엄마와 다니는 유치원에서 단 한번도 엄마라고 부르지 않았다고 한다

응석한번 부리지 않고 다른 아이보다 오히려 더 손길이 가지않도록

혼자 잘해냈다고 한다

유치원 졸업식날 식을 마치고 나서야 동생이 내 아들이라고 소개했더니

함께한 엄마들이 깜짝 놀랐다고 ...선생님들도 놀랬다고 한다

그렇게 조카는 성숙하게 자랐다

 

초등학교 들어가 육년을 가방한번 챙겨주지 않았어도 조카는 혼자 학교를 잘다녔다.

준비물도 엄마 오기전에 다 챙겨놓았고 숙제도 다 해놓고

일하는 엄마를 손길가게 하질 않았다.

 

아랫집으로 이사를 왔어도 나도 바쁘게 일을 하고 있었으니

제대로 살펴줄 수가 없었다.

그땐 다행이 형들이 중고등학교를 다닐때라 조금씩 놀아주긴 했지만

형들도 나름대로 바쁘니  혼자서 쑥쑥 자랐다.

조카는 어찌나 책을 많이 읽는지 우리만 만나면 끝말잇기 하자고 조르고

퀴즈놀이 하자고 조르고 하루종일 무슨 말인지 종알거렸다.

많이 외로웠나 보다. 누구만 만나기만 하면 눈맞추고 말하자고 졸랐으니.

 

조카는 콩나물 자라듯 자랐다 .

말이 맞다.

콩나물 시루에 물을 주면 물이 다 흘러내려도 콩나물은 자란다고

내 조카도 그렇게 자랐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조카는 사내처럼 과묵해졌다.

코밑이 거뭇해지고 키가 자라고 변성기를 거치며 조카는 멋지게 자랐다.

고 조그맣던 아가는 180이 넘는 키로 자라 이모인 내가 한참을 올려다보게..

 

 

이만큼의 세월속에 나도 나이를 먹어가고....거부할 수없는 세월의 흔적...

 

 

혼자서 모든것을 해내며 자란 아이

말수가 없어 학교생활을 어찌하나 걱정했지만 교내 노래자랑에 나가

1등을 하고 반장 회장을 하면서 친구들과 너무도 잘 지낸아이

친구들이 형처럼 따르고 외동아들이라고 하면 놀란다며

집에서는 말 않해도 나가면 인기 많다더니 친구들이 둘러 싼 걸 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와 정말 이렇게 자랐네

 

 

올해 동생은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사회복지학과에 입학을 했다.낮에 일하고 밤에 공부해야 하는 고된 시간을

선택했지만 지금껐도 너무나 열심히 살아왔으니

잘 해 내리라 믿는다.

사람과의 사이를 잘 이끌어 나가는 방법을 가르치는 라이프코치

그 멋진 강의를 듣고 많은 사람들이 변화되고 또 긍정적으로 살아가게

만드는 힘을 가진 동생이다.

그동생이 다시 사회복지학을 공부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꿈을 주는 일을 하리라 맏는다.

 

 

 

                            멋진 라이프코치 강사 이쁜 수니

 

내 조카가 졸업을 하고 고등학교로 진학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구나.

그 조그만 아기가 그렇게 자라 미루나무 같이 컸구나.

조카의 졸업을 보면서 또 하나의 졸업의 의미를 보았다.

 

졸업은 또 하나의 시작이란 걸

인생은 늘 시작하며 사는 거란 걸 느낀 하루

조카의 졸업과 진학 그리고 동생의 새 출발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사랑하는

내마음을 보낸다.

 

우리 인생을 졸업하는 그날까지 아름답게 살자.

멋진 졸업을 맞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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