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아주 특별한 사랑

비단모래 2006. 2. 8. 11:43

                                                             사진-디트뉴스 21

봄이 오는 길목이 가장 춥고

새벽이 오기전이 가장 어둡다.....누군가의 명언이다.

입춘지나 봄이 숨겨둔 꽃잎들을 피우고 싶은 성급함을 조금 다독이기 위해

눈발은 성글게 휘날리며 움츠리게 한다.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된 차들은 지붕이 모두 하얗다

출근을 걱정하며 준비를 하는데 진동으로 된 핸드폰이 드륵 울린다

메세지가 날아왔다

 

내 핸드폰은 늘 진동으로 놓아둔다

많은 작가들이 한사무실에서 일하니 하루종일 누구의 핸드폰이든 쉬는 시간이 없다

그래서 모두다 진동으로 두고 상대방을 방해하지 않는다

 

막 학원을 간 큰 아들이 보낸 메세지다

 

길 엄청 미끄러워요

운전하지마셈...택시타고 출근하셈^^01*-99**-197* 큰아들.

 

이 메세지가 봄날 눈녹이는 햇살처럼 따스하다

그러더니 또 전화가 울린다

큰아들이다

 

아직 안나가셨네요..길 미끄러우니까 천천히 운전하세요....

 

어쩜 이렇게 아들은 세심한 배려를 할줄알까?

 

아파트 주차장에 나왔다가 나는 또 아주 특별한 사랑을 느꼈다

내차 지붕의 눈이 쓸려있었다

안내실 아저씨가 나오시더니

 

아랫집 제부가 눈을 깨끗이 쓸어놨다고 한다. 형님차도 조카차도 처형차도

그리고 자기 아내차도 아침에 한참을 쓸어냈다고 한다

 

늘 조용한 제부

동생에게 참 잘하는 제부

가끔 술먹으면 조카들 학비 다 낸다고 큰소리치는 제부

처형이랑 형님 멋지다고 ...형님이 많이 어렵다는 제부

그 제부가 추운 아침에 마음을 써 주었다

 

봄.

 

봄이 먼저 제부 마음에 와 있음을 느낀다.

 

아침부터 봄같은 아들의 메세지와 제부의 손길을 받고 출근한 오늘

원고가 무지 잘 써질것 같은 예감이다.

 

나도 누구에겐가 봄을 전해야지

사랑을 전해야지

받은것 만큼...아니 받은것 보다 더.......

 




 유상록/이룰 수 없는 사랑

 

 


 

'세상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을 마시다  (0) 2006.02.17
조카의 졸업  (0) 2006.02.10
마흔아홉...길목에서  (0) 2006.02.06
누구일까? 이 멋진 남자는....가수 지중해  (0) 2006.02.02
조온마난색기(趙溫馬亂色氣)  (0) 2006.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