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다녀간 자리

비단모래 2020. 3. 31. 21:47

 

 

 

 

# 다녀간 자리

#며느리

 

며느리가 다녀가면

시골집이 조금씩 현대식 문화를 입는다

 

나는 그냥 어머님 쓰시던 나무도마를

쓰는데

이 실리콘 도마가 걸렸다

 

^이게 씻기도 가볍고 손목도

안아프고요ㆍ가벼워서 쓰시기도

편하실거여요^

 

씽크대위에는 투명 비누도 올려졌다

^요즘 손 자주 씻으셔야 해서^^

 

오래된 플라스틱 개수대 물받이도

어느새 스텐 물받이로 바뀌었고

주방 선반도

각지게 정리돼 있다

 

냉장고 안도

내가 쓰면 늘 복잡한데

며느리가 다녀가면 헐렁하게

환해진다

 

정리의 달인ㆍ청소의 달인 이다

 

법을 전공 해서인지

이름이 규정 이라서 인지

반듯한 걸 좋아한다

 

6살 민우가 화장실 다녀오면

슬리퍼를 꼭 들어가기 쉽게 벗어놓는다

엄마가 그렇게 하라 했단다

내가 내 아이에게 가르치지 않은 거다

 

참 신기하다

 

습관이 인생이 된다는 걸

알게한다

 

그러면서도 어찌

소리내지 않고 할 수 있을까

다녀간 자리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타올 조차도

호텔처럼 동그랗게 말아놓고

가는 손길

 

그래서 0순위는 며느리가 오면

그렇게 입이 함박만해지고

커피 타주고

좋아하는 표시가 역력해 지는걸까

 

사물을

저리 반듯하게 해놓고 가는

 

내음식을

맛있다ᆢ정말 맛있다

할 줄 아는

다녀간 자리의 든든한 느낌

그래서 뭔가 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내 아들은 참 좋겠다는 느낌

그게 나는

더 좋은 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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