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검정고무신

비단모래 2019. 7. 18. 08:12

 

#검정고무신

 

시골에 가서 신는 검정고무신 한짝이

사라졌다

아마 동네 개가 물어갔나보다

언젠가도 옆집개가 내 고무신을 물어간 적이 있었다ㆍ

 

이 고무신을 신고 읍내장에 나가면

많은 사람들이 바라본다

우선 이상한 여자아닌가 하는 ᆢ

신기하다 이쁘다 말해주는 분들도 계시다

 

시골에서 검정고무신은 참 편하다

밭에서 풀뽑고 발씻기도 편하고

개울에 다슬기 잡으러 들어가도 편하고

어린시절 검정고무신 신고 신작로를 달리던 동심도 솟아좋다

 

어린시절엔 실은 검정고무신이 싫었었다

특히 열 살 ᆢ 큰 오빠가 대전중학교에 합격해 나까지 대전으로 전학 온 그날

대전 아이들은 운동화를 신고 학교에 다니는데 나는 납작한 검정고무신을 신고

책보를 허리에 둘러메고 학교에 가 70여명의 반아이들이 책상을 치며 촌뜨기왔다고 함성치던 그순간ᆢ

 

나는 현기증을 느꼈고

졸업할 때까지 가슴에 현기증의 별들이 가득 떠 있었다ㆍ

 

깊은 산골소녀의 성장통은 결국

긴 침묵과 외로움 별과의 대화

바람느낌을 좋아하게 되었고

나혼자의 심장 한 켠 비밀 일기장도

간직하게 되었다

 

그게 결국 나중 시인이라는 타이틀을 안겨준건지 모르지만ㆍ

 

검정고무신

이제는 다시 편한 내 신발이 되었고

5도2촌하는 내 발길을 즐겁게 만들어 주고 있다ㆍ

 

이번 주말에 가면 동네를 뒤져 고무신을 찾아야겠다

내 추억과 현재를 싣고 나르는

나의 신발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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