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무신
시골에 가서 신는 검정고무신 한짝이
사라졌다
아마 동네 개가 물어갔나보다
언젠가도 옆집개가 내 고무신을 물어간 적이 있었다ㆍ
이 고무신을 신고 읍내장에 나가면
많은 사람들이 바라본다
우선 이상한 여자아닌가 하는 ᆢ
신기하다 이쁘다 말해주는 분들도 계시다
시골에서 검정고무신은 참 편하다
밭에서 풀뽑고 발씻기도 편하고
개울에 다슬기 잡으러 들어가도 편하고
어린시절 검정고무신 신고 신작로를 달리던 동심도 솟아좋다
어린시절엔 실은 검정고무신이 싫었었다
특히 열 살 ᆢ 큰 오빠가 대전중학교에 합격해 나까지 대전으로 전학 온 그날
대전 아이들은 운동화를 신고 학교에 다니는데 나는 납작한 검정고무신을 신고
책보를 허리에 둘러메고 학교에 가 70여명의 반아이들이 책상을 치며 촌뜨기왔다고 함성치던 그순간ᆢ
나는 현기증을 느꼈고
졸업할 때까지 가슴에 현기증의 별들이 가득 떠 있었다ㆍ
깊은 산골소녀의 성장통은 결국
긴 침묵과 외로움 별과의 대화
바람느낌을 좋아하게 되었고
나혼자의 심장 한 켠 비밀 일기장도
간직하게 되었다
그게 결국 나중 시인이라는 타이틀을 안겨준건지 모르지만ㆍ
검정고무신
이제는 다시 편한 내 신발이 되었고
5도2촌하는 내 발길을 즐겁게 만들어 주고 있다ㆍ
이번 주말에 가면 동네를 뒤져 고무신을 찾아야겠다
내 추억과 현재를 싣고 나르는
나의 신발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