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꽃물

비단모래 2019. 7. 8. 08:02

 

 

 

 

꽃물

 

세월은 참 도도하게 양보없이 흐른다

뒤돌아 보지도 않는다

7월을 들고 강물처럼 흐르더니

벌써 일주일을 데려가 버렸다

대문앞에 손님기다리듯 접시꽃피고

울안에 봉숭아꽃 불을 켜기 시작했다

어릴적부터 봉숭아꽃이 피면

설레던 마음

손톱위에 기어코 흔적을 남겨두고

시간을 꼽던 여자

훨씬 많은 나이를 감고 있으면서도

마음은 열살아이가 살고 있다

 

봉숭아꽃이 피는 여름

어머니는 어린 딸에게 꼭 꽃믈을

들여주셨다

아주까리 잎과 굵은 무명실

소금ㅈ을 넣고 찧은 봉숭아꽃은

어린 손똡의 밤을 화끈거리고 욱씬거리게

만들었다

 

얼마나 뒤척였는지 여기저기

묶은것들은 빠졔있었고

이불깃에도 동생옷에도 꽃물이

들었었다

 

아침에 세수하려 담근 물속에 비친

손톱은 정말 예뻤고

어머니는 환히 웃으셨다

 

그래서일까

여름만되면

어머니 그립고 그사랑 벅차게 올라와

꽃물을 들인다ㆍ

 

 

봉숭아꽃을 따와

백분을 넣고 절구에 콩콩 찧었다

일회용 비닐장갑 손가락부분을 잘라놓고

종이테이프도 준비했다ㆍ

 

그리고

셀프꽃믈 들이기를 한다ㆍ

어떤꿈을 꿀까

 

아랫집 동생도 꽃물을 들여줬다

동생은 형부인 남편이 테이프를 돌돌

감아줬다

동생의 손톱에도 사랑이 곱게 물들기를

바란다

 

오늘밤은 만세를 부르고 자야겠다

남편은 접근금지다

 

꽃물은 세번 들일 예정인데

그때마다 남편은 ᆢㅋㅋ

 

그래도 고운 꽃물들이고 행복해하는 아내위해 먼저 웃을줄 아는 남자란 걸

몇년 째 알고있는 중이다ㆍ

 

다시 세월은 도도히 흘러

온통 흰것뿐인 동화의 나라가 되는 날까지

꽃물이 남아있기를 바란다

오늘밤에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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