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아버지 제자이신 글벗회 회장님이신
그분이 전화를 했다ㆍ
여든이 가까우신 분이다ㆍ
선생님 돌아가신 후 선생님 대신 큰 딸인 내게
안부를 전하는 것 이라고 하셨다ㆍ
아버지 제자분들은 스승의 날ㆍ
아버지 생신 ㆍ 아버지 기일에 모여서
아버지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하시며
간간 나를 초대하신다ㆍ
아버지께 공부할 때 내가 아기여서
서로 안아주고 업어주고 했다며
서로 나이먹어가는 것을 신기해하신다 ㆍ
오늘은 내가 수업이 있어 함께하지 못함을
여든 앞둔 분들이 섭섭해하셔 마음 묵지근 했다ㆍ
2시간을 운전해 수업 하러갔다
초록초록한 오월 산
고봉으로 핀 이팝나무꽃
먼 길을 지루하지 않게 따라와 주었다ㆍ
나름 신나고 행복한 수업을 끝내고 나오는데
시낭송교실의 반장님이 따라 나오셨다 ㆍ
일흔이 훨씬 넘으신 분이다 ㆍ
^오늘 스승의 날인데 뭐 드릴것두 없고
김치랑 깍두기 새로 담가왔어요^
깜짝놀라
^아니어요ㆍ괜찮아요^
했더니 이렇게 다니시면 김치담글 시간도 없을거 같아 김치를 담그셨다고 한다ㆍ
민망해하고 어쩔줄몰라 하는데 트렁크를
열어 덥썩 실어놓으셨다ㆍ
시큰했다ㆍ
집에 오는 내내 차 안에서 김치 냄새가 났다ㆍ그 냄새가 싫지 않았다ㆍ
정말 아직도 묵은 김치만 내놓고 있는데
고맙기도 하지만 연세드신 분께 넘 민망하기도 하다ㆍ
^김치 담그시느라 얼마나 힘드셨을까^
다시 두 시간 운전해 집으로 돌아왔다ㆍ
소금에 절인 김치처럼 온 몸이 늘어졌다ㆍ
하루 네 시간 운전은 힘들다고 느껴진다ㆍ
누워버렸다ㆍ
모임 끝내고 들어온 남편이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ㆍ
^오늘 힘들었지? 당신은 우리집 스승이니까 감사의 마음으로 준비했어^
어리둥절ᆢ누웠다 벌떡 일어났다 ㆍ
^왜? 진짜? 정말?^
난 말도 안되는 소리를 뭔가 중얼대고 있었다ㆍ
내 고단한 하루를 이렇게 감동으로
일으켜 세우다니 ㆍ
역시 여자는 돈에 약해ㅋㅋᆢ
안 그런척 하지만 나도 어쩔수 없는 여자ㆍ
내일 복지관 수업을 준비해 놓고
찐하게 쏘주 한 잔 할까?
에이 ᆢ술 못하는 남편 이럴 때 아쉽다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