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스승의 날

비단모래 2019. 5. 15. 22:05

 

 

 

스승의 날

 

아버지 제자이신 글벗회 회장님이신

그분이 전화를 했다ㆍ

여든이 가까우신 분이다ㆍ

선생님 돌아가신 후 선생님 대신 큰 딸인 내게

안부를 전하는 것 이라고 하셨다ㆍ

 

아버지 제자분들은 스승의 날ㆍ

아버지 생신 ㆍ 아버지 기일에 모여서

아버지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하시며

간간 나를 초대하신다ㆍ

 

아버지께 공부할 때 내가 아기여서

서로 안아주고 업어주고 했다며

서로 나이먹어가는 것을 신기해하신다 ㆍ

 

오늘은 내가 수업이 있어 함께하지 못함을

여든 앞둔 분들이 섭섭해하셔 마음 묵지근 했다ㆍ

 

2시간을 운전해 수업 하러갔다

초록초록한 오월 산

고봉으로 핀 이팝나무꽃

먼 길을 지루하지 않게 따라와 주었다ㆍ

 

나름 신나고 행복한 수업을 끝내고 나오는데

시낭송교실의 반장님이 따라 나오셨다 ㆍ

일흔이 훨씬 넘으신 분이다 ㆍ

 

^오늘 스승의 날인데 뭐 드릴것두 없고

김치랑 깍두기 새로 담가왔어요^

 

깜짝놀라

 

^아니어요ㆍ괜찮아요^

 

했더니 이렇게 다니시면 김치담글 시간도 없을거 같아 김치를 담그셨다고 한다ㆍ

민망해하고 어쩔줄몰라 하는데 트렁크를

열어 덥썩 실어놓으셨다ㆍ

 

시큰했다ㆍ

 

집에 오는 내내 차 안에서 김치 냄새가 났다ㆍ그 냄새가 싫지 않았다ㆍ

정말 아직도 묵은 김치만 내놓고 있는데

고맙기도 하지만 연세드신 분께 넘 민망하기도 하다ㆍ

 

^김치 담그시느라 얼마나 힘드셨을까^

 

다시 두 시간 운전해 집으로 돌아왔다ㆍ

소금에 절인 김치처럼 온 몸이 늘어졌다ㆍ

하루 네 시간 운전은 힘들다고 느껴진다ㆍ

누워버렸다ㆍ

 

모임 끝내고 들어온 남편이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ㆍ

 

^오늘 힘들었지? 당신은 우리집 스승이니까 감사의 마음으로 준비했어^

 

어리둥절ᆢ누웠다 벌떡 일어났다 ㆍ

 

^왜? 진짜? 정말?^

 

난 말도 안되는 소리를 뭔가 중얼대고 있었다ㆍ

 

내 고단한 하루를 이렇게 감동으로

일으켜 세우다니 ㆍ

역시 여자는 돈에 약해ㅋㅋᆢ

안 그런척 하지만 나도 어쩔수 없는 여자ㆍ

 

내일 복지관 수업을 준비해 놓고

찐하게 쏘주 한 잔 할까?

 

에이 ᆢ술 못하는 남편 이럴 때 아쉽다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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