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 결혼 40주년...
남편과 온전히 9일의 휴가를 보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휴가기간에 시골에서 잡힌
강의와 방송원고는 수행했지만
시골집에서 함께 하며 긴 시간을 돌아보게 했던 소중한 시간이다.
둘째가 태어나자 마자
수술을 시작해 중학교 가기까지
여덟번의 수술을 하는동안
통기브스에 물리치료에 휴가는 꿈도 못 꾸고 살았다.
남편이 직장 다닐 때 여름휴가가 있었지만
늘 다리가 아픈 아들을 데리고
휴가를 떠나기 어려웠다.
어느날인가 통기브스한 아이를 데리고 바다를 보고왔고
남편이 아이를 업고 독립기념관
그 넓은곳을 돌아본 후
그저 일요일 잠깐씩 바깥구경시키는 걸로 만족해야했다.
일요일마다 많이도 다녔다.
그때마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느껴야했다.
늘 두다리에 보조기를 신거나 기브스를 하거나
목발을 짚었던 둘째 아이는
왜 그렇게 사람들에게 시선과 질문과
혀를 차는 대상이었을까.
그리고 생방송원고는 휴가를 허락하지 않았고
늦게 시작한 공부는 10년 넘게해서
끝을 맺는 동안 휴가를 낼 엄두도 못 내게 했다.
그리고 무슨일인지 나도 여섯번의 수술을 해야했다.
그리고 지금은 우리집 근처 병원에 계시는 아흔하나 되신 시아버님..
시어머님 돌아가시고 7년동안
한주도 거르지않고 홀로계신 아버님 반찬을 챙겨 시골로 가야했다.
또 4년간 시골집 수리를 주말마다 가서 온전히 둘이서 해내
어였한 박물관으로 개관하게 되었다.
남편직장 다닐 때
근속25주년 여행과 정년 여행이
그나마 여행다운 여행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나를 돌아 볼
나이에 서게 되었다.
지금은 젊다는 나이 환갑.
나를 위한 시간들을 잊고 허둥대며 살아왔더니 이 나이에 다다랗다.
염천의 여름에 태어나서 인지
내 생은 올여름처럼 뜨겁게
절절끓었다.
그래서 돌아가고 싶은 나이가 없다.
지금이 참 좋다.
아팠던 아이는 남자간호사로
대학병원 수술전담으로 있고
한 살 더먹어 늘 아픈 동생의 형노릇을 해야했던 큰아이는 대기업의 중견자리에 있으니
사는게 편안하다.
손녀 셋에 손자 하나
늘 웃음 꽃을 피게하고
무엇보다
애절한 엄마로 8남매의 맏며느리로
살아온 나를 늘 위로하며
잔잔한 눈빛으로 배경이 되어주는
남편이 있어
쓸쓸하고 아팠던 내 60년을 보상해주고 있다.
이제 귀만 순해지면 된다.
이순의 나이...
거친 아픈 슬픈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
그런 이야기가 들려와도 담담하게
거를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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