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60년 일기

비단모래 2018. 8. 20. 09:17

 

내년이 결혼 40주년...

남편과 온전히 9일의 휴가를 보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휴가기간에 시골에서 잡힌

강의와 방송원고는 수행했지만

시골집에서 함께 하며 긴 시간을 돌아보게 했던 소중한 시간이다.

 

둘째가 태어나자 마자

수술을 시작해 중학교 가기까지

여덟번의 수술을 하는동안

통기브스에 물리치료에 휴가는 꿈도 못 꾸고 살았다.

남편이 직장 다닐 때 여름휴가가 있었지만

늘 다리가 아픈 아들을 데리고

휴가를 떠나기 어려웠다.

 

어느날인가 통기브스한 아이를 데리고 바다를 보고왔고

남편이 아이를 업고 독립기념관

그 넓은곳을 돌아본 후

그저 일요일 잠깐씩 바깥구경시키는 걸로 만족해야했다.

 

일요일마다 많이도 다녔다.

그때마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느껴야했다.

늘 두다리에 보조기를 신거나 기브스를 하거나

목발을 짚었던 둘째 아이는

왜 그렇게 사람들에게 시선과 질문과

혀를 차는 대상이었을까.

 

그리고 생방송원고는 휴가를 허락하지 않았고

늦게 시작한 공부는 10년 넘게해서

끝을 맺는 동안 휴가를 낼 엄두도 못 내게 했다.

 

그리고 무슨일인지 나도 여섯번의 수술을 해야했다.

그리고 지금은 우리집 근처 병원에 계시는 아흔하나 되신 시아버님..

 

시어머님 돌아가시고 7년동안

한주도 거르지않고 홀로계신 아버님 반찬을 챙겨 시골로 가야했다.

 

또 4년간 시골집 수리를 주말마다 가서 온전히 둘이서 해내

어였한 박물관으로 개관하게 되었다.

 

남편직장 다닐 때

근속25주년 여행과 정년 여행이

그나마 여행다운 여행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나를 돌아 볼

나이에 서게 되었다.

지금은 젊다는 나이 환갑.

나를 위한 시간들을 잊고 허둥대며 살아왔더니 이 나이에 다다랗다.

 

염천의 여름에 태어나서 인지

내 생은 올여름처럼 뜨겁게

절절끓었다.

 

그래서 돌아가고 싶은 나이가 없다.

지금이 참 좋다.

아팠던 아이는 남자간호사로

대학병원 수술전담으로 있고

한 살 더먹어 늘 아픈 동생의 형노릇을 해야했던 큰아이는 대기업의 중견자리에 있으니

사는게 편안하다.

 

손녀 셋에 손자 하나

늘 웃음 꽃을 피게하고

무엇보다

애절한 엄마로 8남매의 맏며느리로

살아온 나를 늘 위로하며

잔잔한 눈빛으로 배경이 되어주는

남편이 있어

쓸쓸하고 아팠던 내 60년을 보상해주고 있다.

 

이제 귀만 순해지면 된다.

이순의 나이...

 

거친 아픈 슬픈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

그런 이야기가 들려와도 담담하게

거를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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