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헛간

비단모래 2017. 8. 21. 06:02

아주 오래된 헛간이었다

재가 가득 쌓이고

들어가기도 무서운...

아직 푸세식 화장실이 그대로 남아있는 곳

신혼 때 밤중에 화정실이라도 가도 싶으면

남편을 깨워야 했던 곳

그곳이 38년만에 이렇게 바뀌었다

 

엣날 옛적에

어마님이 쓰시던 도마에 글씨를 써 걸았다

제법 그럴듯 하다

그리고 아버지가 쓰시던 농기구들을 한자리에 모앗다

8남매를 기르신 도구들

 

 

어머니께서 쓰시던 다듬이 방망이도 한자리에 모였다

오래된 키들도 세월을 까불러내고 오롯이 남았다

어느 땅을 파 일구셨을까

허리 무너지도록

 

 

이 절구에 보리를 찧으셨고

밀을 찧으셨을 고단한 세월

세상을 찧으면 어떤 물이 나올까

 

 

 

오래된 멍석도

 

아버지는 쓰러져 누우셨지만

아버지의 세월의 흔적은 이렇게

남아있다

 

남편은 이 농기구들을 한자리에 모으며 어떤 생각을 햇을까

 

아버지의 무너진 허리

그리고 아흔의 세월을

이렇게 라도 걸어두고 싶었으리라

 

뭉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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