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된 헛간이었다
재가 가득 쌓이고
들어가기도 무서운...
아직 푸세식 화장실이 그대로 남아있는 곳
신혼 때 밤중에 화정실이라도 가도 싶으면
남편을 깨워야 했던 곳
그곳이 38년만에 이렇게 바뀌었다
엣날 옛적에
어마님이 쓰시던 도마에 글씨를 써 걸았다
제법 그럴듯 하다
그리고 아버지가 쓰시던 농기구들을 한자리에 모앗다
8남매를 기르신 도구들
어머니께서 쓰시던 다듬이 방망이도 한자리에 모였다
오래된 키들도 세월을 까불러내고 오롯이 남았다
어느 땅을 파 일구셨을까
허리 무너지도록
이 절구에 보리를 찧으셨고
밀을 찧으셨을 고단한 세월
세상을 찧으면 어떤 물이 나올까
오래된 멍석도
아버지는 쓰러져 누우셨지만
아버지의 세월의 흔적은 이렇게
남아있다
남편은 이 농기구들을 한자리에 모으며 어떤 생각을 햇을까
아버지의 무너진 허리
그리고 아흔의 세월을
이렇게 라도 걸어두고 싶었으리라
뭉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