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모TV에 98세의 황금찬 시인께서 나오셨는데
황금찬 시인께서는 점심은 늘 칼국수나 수제비를 드신다고 하셨다.
밀가루음식에 대한 편견을 깨는 말씀이셔서
밀가루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거봐, 황금찬 시인께서도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신다잖아
밀가루 음식을 매일 드셔도 98세까지 건강하게 사시는걸"
하면서 마음을 놓을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름은 밀가루 음식을 먹는 계절이다.
망종이 지나면 보리나 밀을 수확하게 되는데
햇밀을 수확해 해먹는 칼국수나 수제비는 일품이다.
보릿고개를 견뎌온 사람들에겐 밀가루 음식은 그야말로 배부르게 먹을수 있는
행복한 때고
특히 음력 5월 단오를 전후하여 시절식으로 즐기는 밀가루음식은
그 맛을 더했다.
오씨네 칼국수 하면 삼성동 홍도육교부근이 워낙 유명하다.
번호표를 빼들어야 먹을 수 있는 오씨칼국수가
읍내동에 생기게 되어서 정말 신이났다.
밀가루 음식을 워낙 좋아하기 때문이다.
읍내동사거리에서 신탄진쪽으로 막 건너오면 오씨칼국수 집이 있다.
도로변이라 찾기는 쉬운데
주차는 알아서 해야하는 곳이다.
이곳에 오면 아저씨가 늘 밀가루반죽을 밀고 계시다.
면발이 쫄깃하고 탱글해서 한젓가락 넣으면 입안이 행복해진다.
이곳 손칼국수 5500원으로 물총조개가 듬뿍 들어있다.
조개를 건져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조개탕 3만원
물총 9천원
해물파전 8천원
조개탕면사리 1일분 1500원
공기밥 1000원으로 메뉴는 단촐하지만
소주한잔 곁들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오씨칼국수가 자꾸 당기는 이유는 뭐니뭐니 해도
혀를 불나게 하는 김치다.
매운것을 못먹는 사람은 헹궈 먹어야 할 정도로 화끈매운 김치는
칼국수에 척 걸쳐먹으면 그야말로 얼큰하다.
화끈하게 매운김치를 먹고나면 정신이 말똥해진다.
그 매운김치가 이렇게 항아리에 조신하게 담겨져 나온다.
되도록 잘게 잘라야 덜 매운듯 하다.
하지만 한조각만 먹어도 온몸에 매운 열기가 돈다.
매운것을 못드시는 분들은 정말 조심하 드셔야 한다.
커다란 그릇에 2인분이 넉넉하게 나온다.
쑥갓을 살짝얹어 쑥갓향도 삼삼하다.
목을만큼 그릇에 덜어 한젓가락 입에 넣으면 입안가득 위감아도는
면발의 식감이 통통하다.
통통한 물총조개를 건져먹는 맛도 즐겁다.
조개의 해감도 잘 해서
으적임이 없다.
물총조개는 워낙 모래가 많은 조개라서 해감이 안되면 먹기가 어려운데
마음놓고 먹어도 된다.
통통쫄깃한 조갯살과 칼국수의 면발이 행복한 식사를 하게한다.
조개도 넉넉해서 한대접이다.
여름철 뭔가 화끈한 음식이 생각나면 오씨칼국수를 먹어볼 일이다.
매운 김치가 그야말로 늘어진 정신을 번쩍나게 할 것이다.
여담)어머니는 늘 칼국수를 직접 밀어서 해주셨다.
길다란 홍두깨로 두툼한 밀가루 덩이를 밀면 쟁반같이, 보름달같이 둥글게 퍼졌다.
밀가루를 쓱쓱 바르고 착착 접어서 일정하게 썰어내시면서 반죽 끄트머리는
잘라주셨다.
그것을 노릇하게 구워먹으면 고소하고 바삭했다.
설설 끓는 멸치국물에 감자도 넣고 애호박을 채쳐서 끓여주시던 그 맛
그 맛을 잃은지 오래다.
내가 칼국수를 좋아하는 이유는 칼국수에 얽힌 마음아픈 이야기가 있어서인가보다.
한여름 나를 낳으신 어머니는 첫국밥을 드실 미역도 쌀도 없었다.
나를 낳아 밀어두시고 일어나서 담장위 애호박을 따 넣고는 첫국밥으로 칼국수를 해드셨다는 어머니
그 아픈 시절을 견뎌낸 어머니와 나의 이야기가 얽힌 칼국수는
먹을때마다 어머니를 기억하게 하는 음식이다.
어머니는 딸에게 칼국수를 먹은 젖을 먹인 미안함으로 평생을 아파하셨고
나는 나를 낳으시고 칼국수로 첫국밥을 드신 애잔한 가난이 안타까웠다.
그러면서도 칼국수를 잘먹는다.
아..어머니의 손칼국수를 먹어본지 10년도 더 지났다.
어머니도 어머니의 손칼국수도 그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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