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별빛으로 다가온 기쁨

비단모래 2015. 1. 22. 10:01

마당에 꽃이 많이 피었구나

방에는 책들이 있구나

가을에 와서 꽃씨나 가져가야지

 피천득님의 이 시 '꽃씨와 도둑'으로 머리글을 삼습니다

-정채봉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를 쓴 정채봉님은

이 글을 책의 머리글로 실었습니다.

 

마당에는 꽃이 많이 피고 방에는 책이 많이 있는 풍경은 아마

모든 사람들의 열망일지도 모릅니다.

꽃이 많고 책이 많은 집

아마 부서지는 별빛이 찬란한 집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우편함에 시집 한 권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생면부지의 시인이 내이름을 기억하고 환하게 밤을 밝히며

토해놓은 별빛을 나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나의 위태로운 시간을 다독이는

시집속에서 튀어나온 문자들은

때론 눈물로 웃음으로 그리고 뭉클한 감동으로

나의 전부를 채웁니다.

 

아직 인쇄냄새도 가시지 않은 갓 나온 시집을

나에게 부치며 시인은 두렵고 설렜을 겁니다.

 

자신의 마음을 들켜버린 벌을 받을 것입니다.

 

소중하게 책을 뜯고 시집의 겉표지에 있는 사진과 이름 그분의 약력을 보고

차례를 보고..

그분의 서문을 읽습니다.

 

마당에 꽃이 많이 피었구나

방에는 책들이 있구나

가을에 와서 꽃씨나 가져가야지

 피천득님의 이 시 '꽃씨와 도둑'으로 머리글을 삼습니다라고 고백한

정채봉님을 만납니다.

 

꽃씨와 도둑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집으로 배달되는 책들은 다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나를 알건 모르건 나의 이름을 적어 보낸 분들의 마음에 보답하고 싶어서 입니다.

 

모든 사람이 다 한 권의 책이듯

책 한권에는 그 사람의 생애가 들어있고

그 사람의 길이 들어있어 내 인생의 나침반이 되기때문입니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 

"책을 읽지 않는 자의 미래는 없다." 

"책 없는 방은 영혼 없는 육체와 같다."는 명언이 아니더라도

책이 곁에 있다는 것은 왠지 허한 가슴을 채워주는 양식이 되어 배가 부릅니다.

 

 

 

올해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집필된지 80년이 되는 해라고 합니다.

집필에 걸린시간이 10년이나 되고

원고분량이 천 페이지..그리고 10여개국의 언어로 번역된

마거릿미첼의 유일한 작품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출판된지 1년만에 플리처상을 수상하고 성서 다음으로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아마도 우리는 이책을 보며, 영화를 보며

스칼렛오하라의 명대사때문에 수없는 희망을 가슴에 담았을 것입니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Tomorrow is another day)

그 한 줄의 명언이 80년이나 지난 오늘에도 희망을 품게합니다.

책의 내용은 바람과 함께 사라졌어도 그 한 줄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는 시간의 지렛대가 되었고

희망의 두레박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한 줄은 80년이 아니라 800년까지도 이어져

실의에 빠진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세지가 될 것 입니다.

 

어제 받은 책은 내게 슬픔을 권합니다.

그러나 그 슬픔이 명징한 별빛이 되어 나를 위로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슬픔이

때로는 눈물이

웃음처럼 치유가 되기 때문입니다.

 

오랜 세월 하던 일을 놓고 갑자기 생긴 한 아름의 시간

그 시간을 내이름을 기억한 작가들 때문에 행복하게 채웁니다.

때론 허둥대기도 하지만

그것도 시간의 일부분이라 생각하면서...

 

내가 가보지 못 한 길들을 책속에서 걷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