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큰 손녀 초등학교 예비소집일

비단모래 2015. 1. 5. 10:17

1월5일은 초등학교 입학생 예비소집일 이었다.

 

우리집도 첫 손녀가 초등학교에 들어간다니 벌써부터 할머니인 나까지 가슴이 설레고 있다.

며느리는 입학통지서를 받고 눈물이 나왔다며 두렵고 떨린다고 한다.

첫 아이 입학, 생각만해도 가슴 뿌듯한 일이다.

세상의 모든 부모들에게 첫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은 이상한 무게감과 설렘이 있을것이다.

 

할머니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이 손녀는 내손으로 키워 더 애틋하다.

며느리와 아들이 대학생이었기 때문에  데리고 자면서 밤이면 유축해 놓은 젖을 데워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울면 업고 나가 별빛아래 잠을 재워서 기른 손녀라 마음이 특별하다.

 

노래를 부르고 시를 낭송해주며 기른 손녀가 초등학교에 간다니

아들 초등학교 보내는 것처럼 아리고 즐겁다.

 

예비소집일 며느리가 같이 가자고 했다.

"그럼 같이 가봐야지..울 애기 예비소집일인데..."

며느리는 첫 아이 예비소집일에 화장을 예쁘게 하고 가야한다고 했다.

얼마나 설레면 그럴까 이해가 됐다.

 

그럼 나도 할머니 티가 나지 않도록 해야 할텐데 걱정이었다.

화장은 어떻게 해야하나, 옷은 뭘 입어야 하나 한복을 곱게 입을까..별 궁리를 하다가

그래도 좀 화려하게 입는다고 꽃무늬 옷을 입고 나섰다.

 

"할머니 ..좀 떨려요..배 아픈 것 같기도 하고"

손녀도 예비소집일에 가는 것이 떨렸나보다.

 

"괜찮아..학교는 즐거운 곳이야..친구도 많고...

그리고 선생님께서 뭘 잘 할 수 있느냐고 여쭤보시면 시낭송을 잘 한다고 해..

그래서 해보라고 하시면 시낭송 해보고..."

 

나는 손녀가 시낭송가인 할머니 영향으로 시를 몇 편 외우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그렇게 며느라와 손녀 나는 학교에 도착했다.

 

 

 

신입생 예비소집이라는 팻말을 붙인 교실로 며느리와 손녀가 들어가고

나는 떨려 교실도 못들어가고 밖에 서있었는데...

둘이 들어가자 마자 대봉투 하나를 들고 나오는 것이었다.

 

"어머니..이것 작성해서 입학식날 가져오래요

반 배정은 2월말에 학교 홈페이지에 올려놓는대요"

 

이게 끝이었다.

 

그러고 보니 둘째 아이를 입학시키는 부모들은 아이를 데리고 오지않았다.

아이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보내놓고 온 것이다.

 

어떤 엄마는 우리를 보고 빙긋 웃었다.

자기는 절차를 안다는 뜻 같았다.

 

"어떤 애는 아주 책가방을 메고 온 애도 있던데요"

우리는 약과라는 듯 웃음을 날리고 그 엄마는 운동장을 돌아나갔다.

 

예비소집 참 싱겁네...이 싱거운 예비소집을 위해 뭘 입을까 고민했다니 나도 웃음이 나왔다.

 

"얘들아...왔으니 사진이라도 한방 찍자"

 

며느리와 손녀의 인증샸을 찍고 나오면서

내가 기대했던 예비소집은 아니었지만 손녀가 다닐 학교의 운동장을 바라보니 감격스러웠다.

 

이제 이곳에서 6년간 뛰며 공부하겠지..

그러며 어린 손녀는 몸도 마음도 자라겠지..

 

학교 복도에 써있던 사랑하면 예뻐요, 노력하면 잘해요 라는 글 처럼

사랑 가득한 학교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손녀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돌아왔다.

 

3월2일 입학식에는 정말 화려한 한복을 입고 와야 되나를 미리 고민하면서...

할머니라는 이름으로 손녀의 초등학교 예비소집일의 고드름 장아찌 같은 에피소드를 저장해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