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살 손녀 채원이가 이를 갈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 앞니 하나가 빠졌고 아랫니도 빠졌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앞니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이를 빼는 방법이 여러가지 있겠지만
어린시절 이가 흔들리면 광목실을 매 빼주시던 아버지가 생각났습니다.
채원아 할머니가 실로 매서 이빼줄게
무서워요
아니 하나도 않무섭고 안아프게 해줄게
실통을 내밀면서 이쁜색을 고르라고 했더니 파란실을 골랐습니다.
실이 가늘어 두겹으로 하고 채원이 흔들리는 이에 꼭 맸습니다.
그때 집전화가 울렸습니다.
어..전화오네
채원이의 신경을 전화로 돌리고 그냥 실을 잡이당겼습니다.
툭
조그만 이 하나가 떨어졌습니다.
채원이는 이를 빼는 줄도 모르게 빠진이를 보고 좀 울다 웃었습니다.
이렇게 이를 뺐습니다.
앞니 두개가 쏘옥빠진 채원이가 웃으니 더 귀엽습니다.
마침 채원이 할아버지가 행사를 마치고 돌아오며 꽃다발을 받았다고 가져와서
채원이 이뺀 기념으로 준다고 안겼습니다.
꽃다발을 받고 환하게 웃었습니다.
^^어린시절 이를 빼면 아버지는 그이를 지붕에 던지셨습니다.
까치야 까치야 헌 이 줄게 새 이다오
우리딸 이쁜 새 이 다오.
하셨습니다.
이를 뺀 딸이 기특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셨을겁니다.
이를 빼로 흐르는 피를 보고 겁게 질린 딸을 달래며 이제 이쁜 새 이를 까치가 물어다 줄거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어린시절 산타할어버지가 진짜 있다고 믿은것처럼 새 이를 까치가 가져다 줄거라고 믿었습니다.
이를 뺀 곳에 자꾸 혀가 가고 어느,날 까실하게 새 이가 올라올면 까치가 가져다 줬다고 믿었습니다.
이를 빼는 것이 집안의 큰일이었고 울음반 웃음반으로 채운 추억이 되었습니다.
요즘이야 아이들 이가 흔들리면 치과에 가서 빼면 되지만
그래도 할머니의 아버지가 딸의 이를 빼주고 흐믓해 하셨듯
나도 손녀의 이를 빼주고 흐믓해 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리고 참 무서웠던 실로 이를 빼던 그 아련한 추억을 손녀에게도 안겨주었습니다.
할머니를 생각하면 손톱에 봉숭아 물을 들여주던것, 실로 이를 빼주던 것, 시낭송을 해주던것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먼훗날..그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