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내동연가

[스크랩] 기다림도 행복이다-읍내동연가

비단모래 2014. 11. 7. 12:30

기다림도 행복이다
-읍내동 24

민들레 목처럼
길게 자란 그리움
홀씨되어 어디론가
퍼지는 저녁

오랫동안 비어있던 아들의 방을 치운다

책꽂이에 빼곡하게 꽂힌 책처럼 쌓인
100일간의 안부들
먼지를 털며
어떤것부터 물어볼 것인가를 머릿속 수첩에 적어두고

바보스럽게도
이세상에서 가장 보고싶었던 사람 누구냐고
물어볼 내 마음
벽에 선 거울에 들켜버리고

아들이 쓰던 모자
입던 옷
보던 책
콘택트렌즈까지
크리넥스 뽑아내듯 100일간을 지웠다

읍내동으로
읍내동으로
이미 마음이 와 있을 아들

이제 내일이다

그리움 지우며 달려올
계족산 처럼 푸른 아들의 군복을
어색하게 해후하고

가슴 가득 고인
보고픔 소나기처럼 쏟아내리라
찰랑한 기다림도 행복 이었노라고

견고한 성처럼
말없이 기다린 읍내동
그곳에 깃발을 걸고. 

출처 : 비단모래 詩와 休休..시와 사낭송 아카데미
글쓴이 : silkjewel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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