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식권

비단모래 2014. 10. 21. 17:21

 

우리회사 구내식당은 창 전망이 좋은 9충에 자리잡고 있다

가을 물들고 있는 우성이산이 자리잡아 배경이 되어주고 있고

갈맷빛이 깊어가는 갑천이 흐르는 것이 훤히 내다뵈는 창가에 앉아

점심을 먹으면 입도 눈도 호강스럽다.

 

3500원

세가지 반찬에 국 그리고 밥

식판에 먹는 밥이지만 늘 따뜻한 밥을 먹는다.

 

나는 거의 나와 같이 일하는 안작가와 둘이 먹는다.

서로 밥값을 내고 서로 커피를 사면서

맛난 점심을 먹고 있다.

 

직원들은 한달에 한번씩 구매하는 식권으로 밥을 먹고

우리같은 프리랜서들은 그냥 현금을 내고 먹는다.

 

간간 누군가 식권을 내주면 그날은 이상하게 점심시간이 더 즐겁다.

아무래도 피디들은 밖에서 먹는 경우가 많아

남는 식권을 넘겨주면 그것처럼 고마운일이 없다.

돈을 몇만원 주는것 보다 이상하게 반갑다.

 

3월에 퇴직한 담당피디는 안작가에게 식권을 듬뿍 안겨주고 가서

한달이상을 정말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간간 피디에게 문자를 보내면서,,

 

주고가신 식권으로 점심 맛있게 먹고 있습니다.

식사는 잘 하시는 지요..라고 보내면

그저 ㅎㅎ..라는 답이 돌아오곤 했다.

 

오늘 점심은 꽁치구이에 쇠고기 무국 멸치고추볶음 김치가 나왔다.

맛있게 먹고 나오는데 안작가가 오늘처럼 흐린날은 뜨거운 아메리카노 한잔을

먹어줘야 한다고 해서 M카페로 내려갔다.

 

안작가가 커피를사준단다.

안작가는 나와 함께 시를 쓰는 동인의 딸이라서 가끔 내딸같은 생각이 드는 친구다.

내 밑에 와서 2년간 묵묵히 나를 돕고 있고

자신의 프로그램을 하나 맡아 활동하고 있다.

 

참 특이하게도 커피냄새는 좋아하는데 커피를 그다지 좋아하진 않는다.

그래서 시럽을 타서 마시고 있다.

따끈한 커피잔을 두손으로 감싸니 그 따뜻함이 핏줄을 따라

온기를 전한다.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라디오에 있다 TV로 간 이00엔지니어가

점심을 먹고 지나갔다.

 

안녕...

함께 오랜세월 일을 했고 결혼을 했고 아기를 낳았고

돌잔치를 참며하면서 친근하게 지내고 있다.

그 엔지니어가 가다가 다시 돌아와 안작가 손에 식권 한뭉치를 쥐어주었다.

안작가는

와우..감사합니다 말했고

나는 최고...하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안작가는 둘이 일주일은 거뜬히 점심을 먹겠다고 좋아했다.

 

월요일 부터 금요일까지

먹는 점심

먹으면서 정든다고 안작가와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밥을 먹고 있다.

 

소개팅이야기도 듣고 조카를 보았다는 이야기도 듣고

방송이야기도 나누며...

 

내일부터는 또 며칠 밥맛이 더 나겠다.

맛있는 반찬이 나왔으면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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