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을날
이진환
미친 듯이 바람이 붑니다.
바람이 계절을 부르고
그 바람에 실려 또 한 계절이 무너집니다.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매달린 빗방울들이
아슬하게 바람을 견디고 있습니다.
바람을 맞은 퍽퍽한 나뭇잎들은
횡하니 바닦에 떨어져 기약없이 딩굴고
삶의 무게에 짓눌린 무심한 발에 밟혀
억겁의 시간속으로 잦아들고 있습니다.
바람은 세월을 이깁니다.
모진 세월을 견딘 아픈 마음을
온통 여린 바람이 헤집고 다닙니다.
쓰러진 풀잎 아래 새싹들을 흔들어 깨우던 그 바람이
이 가을날 비수가 되어 마지막 한 잎마저 떨어뜨립니다.
계절의 끝에 매달린 억수 같은 세월을
바람이 훨훨 흔적도 없이 털어내고 있습니다.
오늘도 빈 마음에 무심하게 바람이 지나갑니다.
또 이렇게 가을이 가고
늘 그렇듯 바람과 함께 성큼 겨울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계절은 가고 오는 것
그 무심한 계절의 길목에서
바람을 이기는 건 오직 지난한 기다림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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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이기는 건
오직 지난한 기다림 뿐...
기다림은
그대를 기다림은
이 겨울
마음온도를 올리는 일
새벽에 잠못드는 이유도
그대를 기다리는 일
출처 : YCY교육그룹(스피치/면접/자기개발/창업/코칭)
글쓴이 : 이현옥(비단모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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