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피아노에 대한 추억

비단모래 2014. 8. 1. 23:06

 

^^20여년 집에 있던 피아노를 채원네 집으로 오늘 옮겼다.

이제 채원이 채린이 민서가 이 피아노를 칠 것이다.

제 아빠들이 친 피아노를 이제 딸들이 치며 웃을 것이다.

 

우리 큰오빠 약혼 하던 날

그 당시는 남자가 피아노를 친다는 것을 상상하지도 못 할 때였다.

물론 그때는 학교에도 풍금만 있었고 여자들도 피아노를 배우기 어려운 때였다.

대전의 한 호텔에서 약혼식을 하는데 큰오빠 친구가 피아노를 치며 축가를 부르고 있었다.

서울법대생...타이틀 만으로도 빛나는데 피아노를 치며 축가를 부르는 그 모습이 정말 멋져보였다.

어떻게 피아노를 저렇게 잘 칠까..신기하기도 했다.

잠시 오빠 친구가 세상에서 제일 멋져보였다.

 

그러며 나도 나중 아들을 낳으면 꼭 피아노를 가르치겠다고 생각했다.

 

결혼하고 아들 둘을 두었다.

아들들을 기르며 다른 학원은 보내지 않았는데

초등학교 1학년 부터 6학년까지 피아노 학원에 보냈다.

두아이가 터키행진곡을 연탄으로 치던 모습은 얼마나 감동이었는지..

그 모습에 20여년 전 160만원 쯤 주고 피아노를 샀다.

그때 돈으로도 꽤 비쌌다.

선뜻 그 돈을 내고 피아노를 산 내 마음은 다른 멋진 가구를 산 것 보다 행복했다.

 

두 아들은 곧잘 피아노 연주를 해주었다.

그러나...

아들들이 중학교를 가면서 다른 공부에 밀려 피아노 칠 시간이 줄어 들어갔다.

늦게 들어오면 아파트 구조 상 피아노를 칠 수도 없었다.

그러며 피아노는 거실에 있다가 방으로 들어갔고

방 한구석을 지키는 정물로 자리잡았다.

 

피아노를 팔까 생각도 했지만 왠지 아들들의 피아노 치는 모습을 지울까봐

팔지도 못하고 그냥 바라보며 지냈다.

 

그 아들들이 결혼을 해서 채원이 채린이 민서를 낳았다.

채원이가 일곱살이 되었으니 이제 슬슬 피아노를 가르칠까 제엄마가 궁리하고 있었다.

 

엄마 피아노 주실래요?

 

그래 가져가라.

 

선뜻 피아노를 가져간다는 며느리가 고마웠다.

이 피아노가 다시 손녀들에게 가서 제 아빠들처럼 행복하게 피아노를 쳤으면 좋겠다.

나를 행복하게 해주던 아들들의 피아노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피아노를 들어내자 피아노 놓였던 자리에 먼지가 수북하다.

먼지를 쓸어내며 아들들의 추억도 묻는다.

이제 이피아노를 통해 아들들은 추억을 되새기고 손녀들은 행복한 현재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아들이 피아노를 치면서 불러주던 노래들

이제 손녀에게 들어야하겠다.

 

*그렇게 20여년 피아노가 있었는데도 나는 한손가락으로  단 한 번 섬집아기를 쳐 봤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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