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 차별로 인해 고위직을 맡지 못하는 상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경제학 용어로 ‘유리천장’이라는 말이 있다. 천장이란 장벽이 있음에도 그것이 눈에는 보이지 않는 ‘비공식적 차별’이라는 점에 유리천장이라고 불린다. 그동안 정치는 남성들의 전유물이었고, 여성이 정치에서 큰 목소리를 낸 것은 그리 오래된 이야기가 아니다.

2012년 12월 19일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현실정치에서 유리천장은 조금씩 균열이 가는 듯 보였다. 그러나 지난 6·4 지방선거 공천을 보면서 또다시 두꺼워지는 유리천장을 실감케 했다. 여성의무공천지역은 기초의원 선거구가 대부분이었고, 충청권 시·도지사, 기초단체장 선거에는 여성 후보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결국 대전지역에서는 시의원 3명, 구의원 11명의 여성이 ‘지역구’ 당선인에 이름을 올렸고, 16명의 지역구 시의원과 43명의 지역구 구의원은 남성에게 자리가 돌아갔다. 그나마 여성의무공천제도가 있지 않았다면 그 수는 더 줄어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여성의 정치입문은 대부분 비례대표로나 가능하다는 인식이 여전한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대전시의회 개원이래 최초로 새정치민주연합 김인식 의원이 제7대 대전시의회 전반기 의장으로 선출됐다. 김 의원은 비례대표로 시의회에 입성한 뒤 꾸준한 의정활동으로 지역구 선거에서 2차례 승리하며 내리 3선으로 당당히 의장석에 앉으며 유리천장을 깼다. 여성 정치인과 여성 정치지망생들에게 ‘비례-선출직-3선성공’이라는 모범답안을 제시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르게 된 것이다.

이밖에도 새정치연합에는 비례에서 선출직으로 재선에 성공한 박정현 의원과 구의회에서 시의회로 자리를 옮긴 박혜련 의원 등 ‘유리천장’을 제거할 여성 정치인들이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최초의 여성 의장으로 향후 2년간 대전시의회를 이끌어 갈 김인식 의장의 첫 걸음에 박수를 보내며, 김 의장을 비롯한 여성 시·구의원들이 더욱 활발한 의정활동을 벌여 지방의회를 더이상 유리천장 없는 생활정치의 장으로 만들어주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