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두 아버지

비단모래 2013. 7. 22. 10:54

특별한 행사가 없는 주말이면 집에 있는것이 불편하다.

고향에 시아버님이 혼자 계시기 때문이다.

여든여섯 노구로 오래된 집에서 오래된 가구들과 오래된 역사를 품고

그 집을 지키고 계시기 때문이다.

동네 사람도 많은것도 아니라서 언제나 조용한 고향

그저 마당에 큰며느리가 올망졸망 늘어놓은 화분이나 바라보시다가

차소리 나면 목길게 늘이고 내다보시다가

혼자 얼음처럼 언 국을 꺼내 데워서 밥 한술 드시는 일상

 

맏며느리라는 이상한 중압감이 늘 마음을 편치않게 한다.

내가 모시지 못하는 여러가지 형편이 더 나를 그렇게 만드는 것 같다.

 

주말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일주일에 한 번..

가서 그냥 며느리가 해드리는 점심이라도 드시게 하고 싶어서다.

 

다슬기 한사발이 생겨 집에서 미리 삶고 수제비 반죽을 하고

호박한덩이를 가지고 갔다.

 

다슬기 수제비를  해드리려고...

 

다슬기는 일일이 까고

국물에 된장을 조금 풀었다. 감자를 채쳐 넣고 호박도 조금 채쳐 놓았다.

나머지 호박은 들깨가루 넣고 국물 자작하게 볶아놓았다.

 

다슬기 한줌은 진간장으로 조림을 해두었다.

짧짤한 다슬기조림을 해주셨던 시어머님 생각이 나서다.

아버님은 그 간장을 잘 드셨다.

 

 

아버님은 수제비 한그릇을 맛있게 드셨다.

특별하게 먹었네..하시면서 일어나셨다.

 

아버님 호박볶아 놓았고요. 다슬기 조림 해두었으니 드세요..

 

그리고 이것저것 텃밭의 풀도뽑고 화분도 나누어놓고 돌아왔다.

 돌아올 때의 마음 또한 편치않다.

내 마음이 이럴진데 남편의 마음은 어떨까.

 

고향집에는 갖가지 꽃들이 피고지고 하면서 아버님과 함께 세월을 보낼것이다.

다음...

다음까지도 이모습 이대로만 계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금은 고단한 마음으로 돌아오는데 남편은 친정아버지께 들리자고 했다.^^

여든 일곱의 친정아버지 또한 여기저기 불편한 몸이시지만

잘 견디고 계시다.

서울에서 오라버니들과 언니들이 나보다 더 자주 내려와 뵙고  있다.

아마 오라버니들 마음도 그마음이 아닐까

 

특히 작은오빠는 시간나는대로 대전을 내려온다.

오빠도 오빠지만 언니마음이 더 존경스럽다.

 

아버지는 손과 발이 좀 부어있는 듯 했다.

병원을 가시재도 아니라고 하시고...

 

아버지와 저녁을 먹고 돌아왔다.

남편이 사가지고 간 음식을 잘 드셨다.

 

음식을 먹어도 입맛이 없어 무슨맛인지 몰랐는데 이건 맛이좋다 하셨다.

사위 기분좋으라고 하신 말씀일거다.

 

백밀러 속에서 오래도록 기도하시는 아버지를 ...

나는 오래도록 뵙고 싶은데...

세월이 너무 빨리 달리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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