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오늘이 쓸쓸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노랑나비 수천마리가 자동차위에 날개접고 내려앉은 아침
아...경이로운 감탄사를 보냈습니다.
아름다운 가을잔치를 끝내고 떨어져 앉은 은행잎비
노랗게 세상을 물들이는 오늘이
그대가 직장에 입사한 만 30주년입니다.
그대도 이제 화려한 만30년의 생활을 마무리하고
12월 말이면 퇴직을 합니다.
그 마음이 낙엽비처럼 처럼 쓸쓸하리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그대
그대의 30년이 있었기에
우리 아이들이 잘 자랄수 있었고..부모님께 조금은 마음을 드릴수 있었고
형제들과 나눌수 있었고 사회에서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과 어울릴수 있었습니다.
고난도 많았지만..그 고난을 이기게 해준 힘이 바로 그대였습니다.
가치 있는 것들은 대개 고난이라는 포장지에 싸여있다.
고난은 우리를 더 강하고 더 똑똑하고,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고생을 불운 탓으로 돌리면 당신은 더욱 약해지게 된다.
경쟁적인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들은
대개 고난이라는 포장지로 싸여있다.
훌륭한 리더는 이점을 잘 이해하고 있다.
-아논
그랬습니다.
가치가 많았던 우리의 시간들이 고난의 포장지에 싸여 있었던 것 뿐입니다.
그 고난의 포장지를 벗길때마다 우리에게 가치있는 것들이 나왔으니까요?
그 가치가 바로 그대라는 것...그대입니다.
그대가 고난의 포장지를 벗길때마다
우리는 가치있는 삶을 살았습니다.
고난의 몫은 그대 혼자 다 품고 왔습니다.
30년전 오늘
그대는 설레는 마음으로 첫 출근을 했고
아내는 둘째를 가진 만삭이었습니다.
아내가 가장 즐거워 한건..큰아이를 낳고 병원비를 빌리러 나가던 그대의 뒷모습을 본 후
둘째는 의료보험이 되는 대기업에 들어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랬습니다.
둘째를 낳고 의료보험으로 가볍게 병원비를 치르고 나오면서 그대의 위력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첫 보너스를 받고 우리집에 전화를 놓았습니다.
그때 받은 번호 1971을 아직도 쓰고 있습니다.
그 전화를 놓고 우린 얼마나 기뻐 했는지요.
중고 흑백TV를 사고 얼마나 좋아했는지요.
2만5천원 짜리 석유풍로를 사고 얼마나 좋아했는지요.
그대에게 2천원 짜리 시집 한 권을 받고 그날 밤 나는 얼마나 행복했는지요.
월급날 저녁..봉투마다 전기세 수도세..부모님용돈..
그리고 집세를 넣어놓고 남은 작은돈으로 눈 딱감고 통닭한마리 사면
아이들은 얼마나 환호성을 질렀는지요.
아..아이들의 그 행복한 저녁을 한달에 한번씩 만들어 준 그대의 땀
월급봉투를 버리지 못하고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건 아마도 '
그건 단순히 봉투가 아니라 우리 가족의 희망을 담아논 희망창고 였습니다.
만 30년
간간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간간 사표를 가슴에 품고 출근했다든 그말도..
아내 얼굴이 떠올라 그냥 찢었다는 그말도..
이제 흑백사진 처럼 남았습니다.
정년..
그리고 화려한 그 정년을 맞게 되었습니다.
30년 동안 그대는 그대의 꿈을 이루었고
가정을 아름답게 가꿨습니다.
오직 한마음으로 가족을 위해 30년을 고스란히 쏟았습니다.
그대와 함께 한 만 30년
힘든 일도 많았지만 불행하지 않았음을 고백합니다.
아니 오히려 웃음이 더 많았고 행복했습니다.
만 30년을 변함없이 직장에 나가 자신을 가꾸고 가정을 가꾼 그대를 존경합니다.
고난의 포장지 속에 들어있던 그대의 빛나는 가치를 보여줘서
정말 그대를 존경합니다.
만 30년 근무한 그대의 세월을 존경합니다.
쓸쓸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그대가 돌아 올 집은 하루종일 햇살이 들어 따뜻하게 뎁혀져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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