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사랑, 영원한 상사화로 피어

비단모래 2010. 8. 6. 10:18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고은-

                  지난 지방선거 때 낙선 한 한후보가 낙선사례로 걸어놓은 이 시한 줄을 보면서

이 후보가 낙선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낙선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이 아름다운 시를 발견 할 수 있었을까?

어찌 고맙게 피어있는 꽃을 눈물 그렁하게 바라볼 수 있었을까?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마 그후보가 다음선거에 나온다면 많은 사람들이 그를 지지할 것이라고

그 가슴에 꽃을 볼수 있는 눈을 가졌기에.

 

아마 그가 발견한 꽃은 크고 화려한 꽃이 아니었으리라

아주 작고 소소한 꽃이었을지도 모른다.

오르기 급급하다 보니 그 작은 꽃을 발견했을리 없다.

고지를 탈환하기 위해 바쁘다보니 그 소박한 꽃을 바라 볼 여유가 없었으리라.

낙선 한후 한숨을 고르고 내려오는 길

무겁고 지쳤으리라.

무릎통증으로 아주 천천히 내려 올 수 밖에 없었으리라.

그러며 주변을 바라봤을 것이다.

내가 왜 떨어졌을까...

 

그러다 뱔견한 작은 꽃...그 꽃이 거기 있었다.

아주 작은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거기 있었고..어렵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거기 있었고

진정으로 눈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거기 있었다.

바로 그꽃을 발견했고 그 꽃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아마 그분은 다음 선거에 나올마음이면 지금 열심히 그 작은 꽃들을 바라보고

그 작은 꽃들을 열심히 가꾸고 있을것이다.

 

 나도 그랬다.

아침저녁 드나드는 아파트 입구 작은 화단

가지도 심어져 있고 옥잠화도 있고 대추나무도 있고

분꽃도 있는 작은 화단을 늘 무심히 지나쳐 다녔다.

 

그러다 오늘아침

좀 늦은 출근을 했다.

저녁에 시낭송과 사회를 봐줄 행사가 있어서

의상과 화장품을 챙겨나오는데

 

아파트 화단에 상사화가 피어있었다.

목이 긴 여인

밤새 그리움에 헐거워진 눈을 차마 맞추지 못하고 있었다.

아..아찔한 현기증

 

시골 시댁 화단에 상사화가 있었다.

봄에는 무성하고 긴 이파리들이 피어 있다가 여름 중턱에 오면 이파리들이 자취없이 사라졌다.

흔적도 남기기 않고 이별의 편지도 놓아두지않고 떠나버린 자리

한동안 허허로운 바람만 가득했다.

 

어느날 그 허허로움을 뚫고 나오는 꽃대궁 하나

목이 길었다.

떠난 사람의 뒷모습을 찾느라 까치발을 했으리라

그 긴목위로 연분홍 애처로운 사랑이 피어있었다.

 

살아서는 이땅에서 만날 수 없는 사랑.

그 애닲픈 짝사랑이 피어 있었다.

그래, 사랑 영원한 상사화로 피어있는 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애절하고 그래서 더 먹먹하고 그래서 소중한.

 

읍내동 연가

                 비단모래

 

날마다

일과처럼

자지러지다 돌아오면

 

재촉하는

해거름에 밟혀피는

분꽃

 

기쁨을 기쁨이라 하지않고

슬픔 또한

슬픔이라 하지않고

 

가만가만

등을 쓰는

안도의 바람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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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등단작품이다.

읍내동은 내가 살고 있는 곳이다.

이곳은 늘 세상에서 받은  내상처를 보듬어 주는 곳이다.

그저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봐 주는 곳이다.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