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고은-
지난 지방선거 때 낙선 한 한후보가 낙선사례로 걸어놓은 이 시한 줄을 보면서
이 후보가 낙선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낙선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이 아름다운 시를 발견 할 수 있었을까?
어찌 고맙게 피어있는 꽃을 눈물 그렁하게 바라볼 수 있었을까?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마 그후보가 다음선거에 나온다면 많은 사람들이 그를 지지할 것이라고
그 가슴에 꽃을 볼수 있는 눈을 가졌기에.
아마 그가 발견한 꽃은 크고 화려한 꽃이 아니었으리라
아주 작고 소소한 꽃이었을지도 모른다.
오르기 급급하다 보니 그 작은 꽃을 발견했을리 없다.
고지를 탈환하기 위해 바쁘다보니 그 소박한 꽃을 바라 볼 여유가 없었으리라.
낙선 한후 한숨을 고르고 내려오는 길
무겁고 지쳤으리라.
무릎통증으로 아주 천천히 내려 올 수 밖에 없었으리라.
그러며 주변을 바라봤을 것이다.
내가 왜 떨어졌을까...
그러다 뱔견한 작은 꽃...그 꽃이 거기 있었다.
아주 작은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거기 있었고..어렵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거기 있었고
진정으로 눈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거기 있었다.
바로 그꽃을 발견했고 그 꽃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아마 그분은 다음 선거에 나올마음이면 지금 열심히 그 작은 꽃들을 바라보고
그 작은 꽃들을 열심히 가꾸고 있을것이다.
나도 그랬다.
아침저녁 드나드는 아파트 입구 작은 화단
가지도 심어져 있고 옥잠화도 있고 대추나무도 있고
분꽃도 있는 작은 화단을 늘 무심히 지나쳐 다녔다.
그러다 오늘아침
좀 늦은 출근을 했다.
저녁에 시낭송과 사회를 봐줄 행사가 있어서
의상과 화장품을 챙겨나오는데
아파트 화단에 상사화가 피어있었다.
목이 긴 여인
밤새 그리움에 헐거워진 눈을 차마 맞추지 못하고 있었다.
아..아찔한 현기증
시골 시댁 화단에 상사화가 있었다.
봄에는 무성하고 긴 이파리들이 피어 있다가 여름 중턱에 오면 이파리들이 자취없이 사라졌다.
흔적도 남기기 않고 이별의 편지도 놓아두지않고 떠나버린 자리
한동안 허허로운 바람만 가득했다.
어느날 그 허허로움을 뚫고 나오는 꽃대궁 하나
목이 길었다.
떠난 사람의 뒷모습을 찾느라 까치발을 했으리라
그 긴목위로 연분홍 애처로운 사랑이 피어있었다.
살아서는 이땅에서 만날 수 없는 사랑.
그 애닲픈 짝사랑이 피어 있었다.
그래, 사랑 영원한 상사화로 피어있는 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애절하고 그래서 더 먹먹하고 그래서 소중한.
읍내동 연가
비단모래
날마다
일과처럼
자지러지다 돌아오면
재촉하는
해거름에 밟혀피는
분꽃
기쁨을 기쁨이라 하지않고
슬픔 또한
슬픔이라 하지않고
가만가만
등을 쓰는
안도의 바람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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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등단작품이다.
읍내동은 내가 살고 있는 곳이다.
이곳은 늘 세상에서 받은 내상처를 보듬어 주는 곳이다.
그저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봐 주는 곳이다.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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