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50의 첫눈

비단모래 2007. 11. 21. 16:12

 

 

 

다른 지역에서

느닷없이 찾아든 첫눈소식을 전할때

솔직히 내가 있는 대전에도 눈이 내리기를 기다렸다.

 

내 나이 50에 맞는 첫눈은 어떤 설렘을 가져올까?

정말 기다림속에서 받아든 축전같은 기분이 들까?

기대했는데...

 

눈이 오면 눈발 쏟아지는 바다로 달려갈까?

아님...저 흰 산등성이를 노루처럼 헤맬까?를 궁리하며..

 

어제저녁 시낭송회 모임을 끝내고

노래방까지 들러 집에 들어온 시간이 11시가 넘었는데

하늘은 그저 막막한 별빛만 쏟아주었다.

바람이 이렇게 찬데

저렇게 꽃처럼 눈물어린 별은 얼마나 추울까 생각하며

집에 들어와

남편과 하루의 일을 이것저것 이야기하다 잠이들었다.

 

새벽녁

잠이깼다.

빗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아니 눈이 아니고 웬 비...

 

블라인드가 내려진 거실은 캄캄했다.

시계를 확인하니 새벽네시가 좀 넘은 듯 했다.

돌침대에 불을 넣고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좀더 자자...

 

그런데 왜 이렇게 잠이 않오지

 

뒤척이다 일어나 주방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았다.

세상에...

계족산 등성이가 하얗게 눈이 덮혀있었다.

 

이런..나 자는 사이에 첫눈이...

 

남편에게 눈이 내렸다고 ...자는 사이에 내렸다고 말했다.

양치질을 하다 거실로 나온 남편이 블라인드를 걷으며 말했다.

"에구 속상하겠네..."

 

아는 후배에게 문자를 보냈다.

"느닷없는 축전...첫눈이 내렸네. 나자는 사이에"

"참 이상하지...50의 나이에 만난 첫눈을 보고 이렇게 담담하니

소란스럽지 않으니..감동이 사라진 나이가 된걸까?"

 

다른때 같으면...40대를 마감할때까지..첫눈이 내리면 나는 소란스러웠다.

자는 남편을 깨워 눈맞으러 나가자고 조르고

첫눈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무슨 그런의식을 치르지 �으면 감성이 무뎌진 여자가 될까봐

그렇게 분주했었다.

 

그런데 오늘...

운전을 하고 나오며...이미 길가에 다녹아 흐르는 첫눈을 보며

담담해진....그저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흰..하얀 색을 막막하게 바라보았다.

 

그렇게 눈은 오고..

그렇게 세월이 흐르거니..

남편이 저녁약속을 한다.

아마 너무도 담담한 아내의 50번째 첫눈에 대한..아릿한 마음인가보다.

마음도 갱년기가 있는지

그저 홧홧하게...뛰던 그마음 어디가고

 

손톱끝에 남아있는 봉숭아꽃물을 보며 피식 웃었다.

첫눈 올때까지 봉숭아꽃물이 남아 있음 첫사랑을 만날 수 있다고?

그 설렘조차도 느끼지 못하는 오늘

아무래도 마음의 홀몬제를 투여해야 할까보다.

 

첫눈..알싸하게 아릿한 심장

그속에 저장된 그리움 한장도 꺼내는 가슴이 될 수있게.

작은 감동도 놓치지 않게.

서재정리를 하다 나온 시낭송가 인증서...

그래...마음속에 시를 품고 살면서

아름다운 감성을 놓치지 말기를..

 

 

지금은 내가 시낭송회 회장을 맡고있으며 아름다운 시를 세상에 전하려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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