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버지
오늘 아버지의 팔순생신기념으로 육남매가 모였습니다.
어머니 계시지 않아 잔치를 하지 않으신다는 아버지의 뜻으로
그냥 아버지의 아파트에서 아버지와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억수같이 내리는 빗속에서
우리는 어머니를 그리워 했고
아버지 건강하심을 다행으로 여겼고
그리고 웃었습니다.
아버지 육남매 품으시고 오래도록 건강하시기를 ....
사랑하는 아버지
아버지
막내딸 가족이 8월에 1년간 영국으로 나갑니다.
사위가 외국인 회사 상무이사로 승진을 하면서 1년을
유럽으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자랑스런 막내딸과 사위를 두신 아버지
1년간 못보시게 되셨지만...
아버지 팔순에 아버지 제자들이 자리를 같이 하셨습니다.
누구보다도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아버지를 잊지않고 찾아온 제자들
아직도 아버지가 가르치신 것을 잊지않았다고 절하는 모습에 오히려
저희들이 가슴 뭉클했습니다.
아버지 제자중에 국전초대작가도 계시고
아직도 아버지를 찾아와 공부하시며 아버지의 목소리를 녹음 하시는 분도 계시는데..
13살때 공부하셨다는 분들이..이제는 환갑을 넘기셨다고..하십니다.
저를 많이 업어주셨다네요*^^*
얼마전~
아버지 제자 되시는 분이 저를 데리고 제가 태어났다는 곳을 데리고
가셨습니다.
아무런 기억도 없는곳
여기가 니가 태어난 곳이다~라고 기억창고를 흔들어 주어도
아무런 기억도 없었습니다
은행나무 한그루 덩그렇게 서있던 곳
그곳에서 제가 기어다니고 울었고 웃었다며 아무리 설명해도 제게는 그저
아무 그림도 없었습니다.
그저 음력 칠월초하루
그 무더위속
나를 낳으시던 어머니의 고통만 알수 있었습니다. 제가 아이를 낳으며 어머니를 부를때 같은
고통~죽을 것 같은 아픔~이었던~
하필 아버지 팔순날 어머니가 무지 보고싶었습니다.
제가 태어난 곳을 데리고 갔던 아버지 제자가 왔기 때문입니다.
터
(내가 태어났다는)
기억저편에 숨어 한 장면도 떠오르지 않는
TV브랭크 화면 처럼 막막하다
‘여기가 니가 태어난 곳 이란다’
..................................................
어머니 자궁을 이탈해 처음 밖으로 나와
실눈을 뜬 곳
기억의 자취마저 없는
빈터에 겨울지낸 시누대 누런 이파리만 설설 울고 있다
‘니가 태어나던 날 장마로 대평리 다리가 떠내려갔다’
나이를 알 수 없는 은행나무만
행정리란 문패를 달고 섰는 벌판을 지나
되너머길 아득한 세월을 돌렸다
나는 어디쯤 시작해서
어디까지 흘러온 걸까
임업시험장을 지나 빨간 아치 불티교를 지나며
이미 흘러가버린 물길을 더듬는다
자꾸만 눈에 밟히는 마흔아홉 해 전 어머니의 산고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는 빈터에 남겨진
바람이 섰다
날 낳으며 붉은 피 흘리신 어머니를 애절히 그린다
음력 칠월 초하루
숨막히는 더위에 그리움도 숨차다
남편노래
- 어머니 정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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