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작은 아들 철이야 아니?
오늘 엄마가 얼마나 가슴이 벅찼는지.
과묵하고 정많고 엄마 무지 챙기는 아들
너랑 입학식에 가는 길... 엄마는 눈물나게 행복했단다,
참 이상하게 엄마는 슬퍼도 눈물이 나오지만 기뻐도 눈물이 먼저 앞장서니
엄마가슴 어디엔가 찰랑한 눈물호수가 있나보다.
그 눈물호수에서 그동안 그렇게나 많이 눈물을 쏟아냈는데도
아직도 엄마는 눈물이 난다.
너만 생각하면 명치끝이 아프고 온몸이 저리다.
엄마로 부터 연결된 탯줄이 너에게 연결되어 있어서였는지 네가 움직일 때 마다
엄마 몸의 세포들이 하나씩 비늘처럼 일어서고
너의 모습이 엄마눈에 가득 들어 올 때마다 엄마는 그저 숨차게 아리다.
스물다섯
참 꿈 많은 나이,하고 싶은 것 많고 눈돌리고 싶은 것 많은 나이에
다시 인생을 쓰는 아들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르겠다.
네가 태어나던 그해 겨울 참으로 추웠다.
겨울이라 추운것 당연하지만 태어나자 마자 이십팔일만에
엄마 손가락 같이 가는 다리에 걸린 골수염때문에 절망같은 죽음의 벼랑에 섰다.
그래서 추웠다. 그래서 슬펐다.
네 몸에 보조기가 신겨지고..온몸에 통기브스를 하고
한번도 안아주고 업어주지 못하고 ,여섯살이 되도록 네발에 운동화 한번 신기지 못하고
마음대로 걸을 수도 뛸수도 없는 너와 함께 걷는 날
목이 메이고 늑골이 아팠다.
10시간이 넘는 수술시간속에서, 제발 살아만 나와 달라고 수술실 커다란 철문앞에서
너를 기다렸고
뼈자른 고통속에 헤매이는 너를 달래지 못하고 이 꼭 물고 참으라고 했다.
아들의 고통을 덜어주지 못하는 엄마
엄마라는 이름표를 떼내고 싶었다.
너의 아픔을 대신 해줄 수 없는 엄마의 무기력함이 비참했다.
너와 함께 다닌 서울길
그 낯선 서울을 7년을 오르내리며
외로웠고 무서웠고 절망했고 간간히 엄마는 죽음을 몰래 준비했다.
미안하다.
엄마는 너를 두고 두번 죽으려고 했다.
그때마다 엄마를 건져낸건 너였고 너때문에 살아야 하는 의미를 찾았었다.
여덟번의 수술을 견뎌낸 아들
그 무서운 수술을 견뎌내고 살아 준 아들
뼈 자른 고통을 참아낸 아들.. 내 삶의 버팀목 아들.
대학을 졸업하고 어느날 너는 간호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무조건 너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그러더니 간호학원을 가고 2년간 비뇨기과 간호조무사로 일하면서
아들은 참으로 행복해 했고 신나게 일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러더니 간호대학을 가야겠다고 말했다.
다섯군데의 간호대학에 원서를 냈고 다섯군데 대학 모두를 합격했는데
고심 고심끝에 대전에 있는 대학을 다니기로 하고 오늘 입학을 했다.
(김천으로 가려고 마음먹었다가...엄마 곁에서 다녔으면 좋겠다고
말했던 엄마의 의견을 들어줘 정말 고마웠다)
어린 동생들하고 함께 공부하는 어려움도 있겠지만
2년동안 병원에서 일했던 기회를 잘 기억하며 잘 해내리라 믿는다.
형이 동생의 입학을 축하하며 아웃백에서 사준 근사한 점심을 먹으며
엄마는 비로소 웃었다.
형제의 우애도 아름다웠고
작은 아들의 눈이 보이지 않게 웃던 눈웃음이 엄마를 행복하게 했기에.
작은 아들! 축하해! 그리고 많이 사랑해!
엄마 눈물호수에 네 웃음이 가득해서 행복하다.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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