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회자정리(會者定離)

비단모래 2005. 10. 5. 23:45

 

불가(佛家)에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이라는 말이 있다.

만나면 헤어짐이 정한 이치이고, 헤어지면 반드시 만난다는 의미이다.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은 윤회사상을 뜻한다.

차 있는것이 비어있는 것이고, 비어있는 것이 차 있는 것이며

헤어진 사람은 반드시 만나게 되고 

떠난 사람은 다시 돌아오게 되어있다. 

 

병원 창밖 하늘에

붉은 노을이 번져갔다.

비단 노을이다.

이 노을은 구름을 물들이고 가을을 물들이고

슬픔 찬 내가슴을 물들였다.

 

헤어짐을 통보받은 쓸쓸함

사랑하지만 헤어져야 한다는 통보는 나를 하루종일 어지럽게 만들었다.

잡을 수 있는 기력도 없어

그냥 붉은 노을 바라보며 상념에 젖을 뿐.

허나 슬픔속에 슬픔만 계속되지 않고 기쁨속에 기쁨만 계속되지 않는다.

 

며칠 간 계속된 불면의 밤으로 하루를 살아내기 힘들다.

운전을 하면서도 머릿속은 텅비어 깜짝 놀랄때가 한두번이 아니고

그냥 무심하게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공황장애를 겪는다.

 

하루종일 분주하게 지내다 엄마에게 갔더니

"왜 그렇게 꼴이 틀렸어......."

엄마는 나를 보자 내걱정 부터 하신다.

 

오늘 기분은 어떤지 밥은 얼마나 드셨는지 물어보고 오늘 있었던 일을 보고한다.

"엄마...오늘 신문사 두곳에서 방송국으로 취재 왔었고 그리고 내일은 교통방송에서

인터뷰 하자네......엄마딸이 이번에 장애우 봉사단체 되살미 가을음악회 사회

보잖아.....엄마... 드레스는 어느 예식장에서 협찬해 준다네..."

 

엄마는 고개를 끄덕이며"잘됐네 ,잘됐네..."하신다.

갑자기 현기증이 밀려왔다.

소파에서 누워있는데 작은 아들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엄마에게 즐거운 소식..."

"뭔데?"

"엄마 ! 아들 간호대학 수시합격 됐다고 문자왔어요?"

"그래?아들 축하해...엄마 !!철이가 간호대학 합격했대요"

 

"장하네..우리 강아지"

 

엄마는 작은 아들을 볼 때마다 의사가 될 사주라고 잘 기르라고 하셨다.

 

태어난지 28일만에 수술을 시작해 뼈자르는 수술을 13년간 여덟번을 한 아들

이 아들을 안고 두번 죽음의 길을 선택하려 했었고

절망했었고 주저앉으려 했었다.

 

10시간을 넘게하는 수술실 앞에서 기진하게 울었고

엄마라는 이름표가 버거워 견딜 수 없게 슬펐었다.

아이의 키 만큼이나 되는 수술비도 내 허리를 꺾었고

아파하는 아이의 모습도 나의 삶을 희망과 격리 시켰다.

 

아이는 공고를 갔고 공대를 졸업했다.

공대를 졸업한 아이가 어느날 간호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간호학원에 들어가 간호조무사가 되어 병원에 2년 가까이 근무하고 있는데

올해 간호대학에 수시지원을 했다.

 

29:1이라는 경쟁율 때문에 엊저녁 조금 불안했는데

오늘 내게 합격 소식을 알렸다.

아이가 병원을 퇴근하고 할머니 계신 병원으로 왔다.

 

"아들..축하해..엄마 일생에 오늘처럼 기쁜날은 너 태어나던 날 이후 처음이야"

아이는 눈이 보이지 않게 웃었고

"엄마 실은 걱정 많이 했어요..다행이야..휴~"

그러더니 할머니 머리를 쓸어내리며 할머니께 고맙다고 했다.

 

엄마는 정말 그랬다.

"이 아이는 의사가 되는 날 태어났다."

우리는 그냥  흘려들었다.

가당치 않다고 생각했다

병치레 하는라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고 거기다 공고 공대를 졸업하며

병원에 간다는 희망은 갖지않았다.

 

그런데

의사는 아니라도 아이는 이제 정식 간호학을 공부하기 위해

간호대를 들어가게 되었다.

 

유태인 속담에 이런것이 있다.

"어떤 소망을 만 번이상 말하면 꼭 이루어진다."

 

어려서부터 의사가 될 아이라고 할머니께 지금까지 들어 온 아이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이제 그도전은 시작되었다.

 

아들아!

축하한다! 엄마가 다시 일어서야겠다.

그리고 아들아 사랑한다. 너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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