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단장

비단모래 2020. 6. 25. 12:09

#단장 斷腸
^창자가 끊어지다.
창자가 끊어질 정도로 큰 슬픔을 말한다.^


그 해 여름
내가 탄 완행열차를,새마을호가 추돌했다
나는 꿈 많은 열 일곱
지탄 강물처럼 넘실대던 어린 나이

뉴스가 나가자
점심을 드시던 어머니는 무슨 직감으로
택시를 타고 지탄역까지 달려오셨을까

나는
스커트로 얼굴을 가리고 폭발음을 들었고
깨지는 유리파편 ᆢ
흔들리는 기차의 요란한 굉음
사람들의 울부짖음이 뒤섞인
피의 현장을 보고 쓰러졌다

^지탄역 열차사고^는
얼마 쯤 대서특필 되었고 몇 명이 죽었고
몇 명이 다쳤고 몇 명이 구속 됐고가 이어지고
어린 소녀의 심장 트라우마로 남았다

^시상에 돈으루 해결 할 수 있는건
세월 지나믄 다 되는겨 ㆍ그치만 자식새끼 잃는건 에미 오장육부를
다 끊어내는 겨^

자식을 넷이나 가슴에 묻은 엄마는
한 달 째 눈 뜨지 못하고 누워있는 딸 귀에
서럽고 서러운 말씀을 쏟아냈다


그 후
아버지는
시간도 정확히 양도 정확히
한약을 달여
넘기지 않는 딸의 입에 넣으셨고
한 달 후
가는 심장의 소리를 내며
나는 눈을 떴다

그 후 나는
우리집 공주가 되었고
내 심장은 그 후 놀라는 소식에서
부모님으로 부터 철저히
보호 받았으나 ᆢ

인생의 세파는
그리 녹록치 않아
심장에 과부하가 걸리기도 하고
조이기도 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저혈압 어지럼증에 시달리면서

그러나
살아보니
어머니 말씀
돈으로 해결해야 하는 건
지금은 죽을 것 같지만
시간이 해결한다는 걸 깨닫고 산다

하지만
단장ᆢ
새끼를 수술실로 보내고 열 시간 넘게
밖에서 기다리는 일을
여덟번이나 ᆢ한 나는,ᆢ

휘어진 뼈를 톱으로 잘라내고
골반뼈를 잘라 이식 하는 일을
보아야 했던
나의 오장육부는
몇 번이나 끊어질 위기였을까

가까스로 살아나
내 오장육부를 자르는 수술까지
해야했던 나는
우리 부모님께는
어떤 딸 이었을까

단장의 미아리고개를 듣는 6ᆞ25
한국전쟁 70년의 날
심장이 욱신거리는 건
왜 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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