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어느 방송작가의 감자

비단모래 2020. 6. 20. 12:21


#어느 방송작가의 감자

S/M
Opening

하지를 하루 앞둔 토요일 아침
햇살 투명한 그리움이 송글 맺힙니다
^맺힌다...^

Up~Down

이 맺힌다의 뜻은
꽃이 지고 열매가 맺힌다
땀이 맺히다 처럼 어떤 동글한 모양의
열매가 생각나는데요

여러분은
지금
여러분의 마음에
심장에
머릿속에
가장 많이 맺혀있는게 무얼까요?

그게 바로 사랑입니다

Mㆍ

꽃섬이라는 곳에
한 여자가 쪼글한 씨감자 스무개를
초봄에 심었답니다

난생처음 씨감자를 심은 여자는
아무리 들여다봐도
싹이 나지 않았어요

이웃집 감자들은 파란 싹을
내밀고 있는데 여자의 감자는
심장안에서 나올 생각을 안한거죠

그냥
그리움처럼 묻어두기로 한 어느날
쏘옥
핼쑥한 감자싹이 고개를 내밀고 여자를
찾더랍니다

Up~Down

^예쁜 주인님ᆢ옆집 감자들을 보세요
다 동그랗게 북돋아주었죠?
응원이 필요해요 ㆍ우리도 ᆢ
우린 그냥 비닐 구멍에 꾹꾹 꽂아두기만
했잖아요^


Up~Down

사랑은
북돋아 주는 응원입니다
사랑하는 마음을 주는 건
누군가를 소생시키는 일입니다

꽃섬 여자는
감자에게 발효된 계분도 주고
주변의 풀도 뽑아주면서 이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예쁜 감자야 ᆢ내가 사랑에 서툴어서
그랬어 ㆍ처음이라 ㆍ어떻게 해줘야 할지
몰라서 ᆢ그냥 바라보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어..미안해 ᆢ^

Up~Down

M

어느 날 꽃섬의 감자도
꽃을 피웠습니다

그리고 그 사랑은 푸르게 자랐습니다

감자 ᆢ

감자를 유럽에서는 ^땅속의 사과^라
부른다죠
비타민 C가 사과보다 세배가 많다네요

감자 많이 드세요

Up~Down

M

빈센트 반고흐의 감자먹는 사람들
그림도 기억나시죠?

^나는 계속 가난할 것이며 화가일거야
계속 인간일 것이며 자연속에 살거야 ᆢ^
라고한 고흐는
농민의 삶을 희망의 그림으로 그리려 했죠


이 시는 어떤가요
감자골 강원도 출신 김선우 시인의 시
읽어드릴게요


감자 먹는 사람들
- 김선우
 

어느 집 담장을 넘어 달겨드는*
이것은,
치명적인* 냄새

식은 감자알 갉작거리며* 평상에 엎드려 산수 숙제를 하던, 엄마 내 친구들은 내가 감자가 좋아서 감자밥 도시락만 먹는 줄 알아. 열한 식구 때꺼리*를 감자 없이 무슨 수로 밥을 해대냐고, 귀밝은 할아버지는 땅 밑에서 감자알 크는 소리 들린다고 흐뭇해 하셨지만 엄마 난 땅속에서 자라는 것들이 무서운데, 뿌리 끝에 댕글댕글한* 어지럼증을 매달고 식구들이 밥상머리*를 지킨다 하나둘 숟가락 내려놓을 때까지 엄마 밥주발엔 숟가락 꽂히지 않는다

어릴 적 질리도록 먹은 건 싫어하게 된다더니, 감자 삶는 냄새
이것은,
치명적인 그리움
 
꽃은 꽃대로 놓아두고 저는 땅 밑으로만 궁그는,*
꽃 진 자리엔 얼씬도 하지 않는,
열한 개의 구덩이를 가진 늙은 애기집*   

ᆢ ᆢ ᆢ

M

엄마가 생각 나네요
조롱조롱한 새끼들 낳느라고
쪼글해진 배


씨감자처럼 자신 본체는 사라지고
줄줄이 새끼들 매단 엄마

60ㅡ70년대를 살아오신
분들은
허기를 달래던 대소쿠리의 식은 감자
기억하실까요?

책보메고
신작로길 달려
학교 갔다오면
엄마는 밭에 일하러 가시고
소쿠리에 식은 감자가 기다리고 있었죠

거기에 시금한 열무김치 국물 마시고 나면 엄마허기까지 달래지곤 했던 감자

비오는 날
칼국수에
도시락에
지긋하게 먹던 감자가
그리움으로 맺혀
울컥 엄마를 불러보게 하네요


Up~Down

M

꽃섬 여자는
오늘 아침
감자 한 줄기를 캤습니다

연인을 만나듯ᆢ

포슬한 땅 느낌이 좋았습니다
손에 느껴지는 동그란 감자알이
뭉클
손에 힘이 들어갔습니다

손에 잡히는 그 느낌
감자알 하나가 손 안 가득했습니다

아 ᆢ아 ᆢ

환호성이 나왔습니다
생전처음
느껴보는 색다름
그 느낌 이었습니다

내 손으로 감자를 ᆢ

한 줄기에서 뽀얀 감자가
조롱조롱 매달려 나왔습니다


Up~Down

M


우리는 학창시절 교과서나 한국문학전집에서
김동인의 감자를 읽었죠

김동인의 <감자> 명장면
쑥쓰럽지만 읽어볼게요

 

   한시간쯤 뒤에, 그는 왕서방의 집에서 나왓다. 그가 밧고랑에서 길로 드러서려 할때에, 문득 뒤에서 누가 그를 차젓다──
   "복네 아니야?"

복녀는, 홱 돌아서면서보매 거기는 자긔 겻집 녀편네가 바구니를 들고, 어두운 밧고랑을 더듬더듬 나오고 잇섯다.

   "형님이댓쉐까? 형님두 들어갓댓쉣가?"
   "님자두 드러갓댓나?"
   "형님은, 뉘집에?

   "나? 陸서방네집에. 님자는?"
   "난, 王서방네!. 형님 얼마 바닷소?"
   "陸서방네 그 깍쟁이놈. 배츠 세펙이!"

   "난 三圓바닷디."
   복네는 자랑스러운듯이 대답하엿다.
   十分쯤 뒤에 그는, 자긔남편과, 그압페 돈三圓을 내여노흔뒤에, 아까 그 王서방의 니야기를 하면서 웃고잇섯다.

어린시절엔 이해가 안 되던
이야기 였는데
지금은 쪼금 알것같아요

M

ᆢ ᆢ ᆢ



감자를 포슬하게 찌려면
물에 담기게
잘 익힌 다음
불을 크게하고 물기를 말려주고요

물기가 마르면
냄비를 흔들어 주면
곱게 분이 난답니다



감자는
장마오기 전에 장만해서
햇빛이 들지 않는 곳에
보관 하는 것이 좋습니다

햇빛을 보면
솔라닌 이란
독성이 나오니까요


closing

꽃섬 여자는
그날 아침
세개는 포슬하게 찌고
세개는
양파와 두부 부추 풋고추 넣고
고추장감자찌개를 했다고 해요

툭툭
으깬 감자에
그리움하나
버무렸답니다

M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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