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밤의 간식
시골의 밤은 깊고
더 까맣다
어린시절은 달빛만으로도
신작로 길을 돌부리 걸리지 않고
뛰었었다
그동안 빛에 너무
노츨 됐었다
잠을 재우지 앉는 깻잎처럼
싱싱해 보이나
빛은 결국 굴절된 로망
시골의 밤은 길다
예전 어르신들 계실 때는 9시뉴스가 끝나기 전 주무셨다
도시의 빛 아래 새벽까지 글을 쓰던
도시여자는 겨우 아홉시
아직은 대낮같은 시간에 절벽같은
어둠속에 누워있는 건 고문이었다
오밤중형 인간이
^전기요금 많이 나온다^
는 한마디 던지시고
모든 불을 소등하시는 어르신들께
아무리 도시형 이라도
거역할 수없는 불문이었다
그리곤 새벽 4시면 일어나셨다
새벽에 겨우 잠이 든 ᆢ
더구나 밖에 있는 화장실의 두려움
때문에 화장실도 참은 도시여자는
아침은 또
고역이었다
불 때는 매캐함이 몰려와도
소 여물쑤는 이상한 풀냄새가
몰려와도
눈은 떠지지 않았다
7시에 엉금엉금 일어나도
밥상은 이미 차려졌고
복자가 쓰여진 사기사발에 고봉으로
얹혀진 도시여자의 아침 밥에
가위 눌리곤 했다
시골집 맏며느리로는
쓰잘데 한 곳 없는
도시여자
걷어부치고 고추따고 콩타작 잘하는
며느리가 최고인 ᆢ혹은 가끔 지게에
나무도 지는
그런 맏며느리를 바라신 어르신들의 눈에
도시여자는
그저 늘 배 아프고
밥 께적거리고
아들이 불을켜고 위해 바치는
볼썽 사나운 꼴만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 도시여자 에게도 봐 줄만한 구석이 있었던게
그저 무던한 성격 아니었을까
일곱 시동생을 일일이 챙기고
도시에서 데리고 있다 결혼시키고
우애를 힘쓰는데는 그만이었다
불평이 없었으므로
시골일을 못하는 대신
그나마 그것으로 대신하는 성격을
가진게 얼마나 다행인지 ᆢ
그리고 홀로 되신 시아버님을 15년
불평없이 섬기다
아흔 하나에
결국 마지막
임종을 지킨 며느리가 되었다
평생 맘에 안 드셨겠지만
마지막을 성의껏 지켜드릴 수있는
시간을 허락하심에 감사하다
그리고
이 빈 시골집
손질하고 가꾸어 8남매 추억의 공긴을
만들었다
컴퓨터만 두들기는 손으로
하루종일 호미를 들고 풀과 싸우고
썬크림 조차 바르지 않아
얼굴 까매지고
손 거칠어졌지만
꽃 가득한 이곳은 안식의 세컨하우스가
되었다
이번주는 황금연휴
녹음하느라 머리가 뜨끈해졌지만
연휴방송을 녹음해두고
시골로 들어왔다
내일 아침에
고추를 심고
주문한 꽃을 심고
오다가 얻어 온
비비추도 심고
또 호미만 들고 연휴를 보낼것이다
노트북은
휴일내내 열지 않을 것이다
완전히 대전새댁이 되어
수항골에 동화 될 것이다
이곳에선 나는 아직 새댁이다
대전새댁 ᆢ
태양광 설치로 새벽까지 전기를
켜도 (특히 전기요금ㆍ인터넷)
형제통장에서 내주기 때문에
부담없다
두릅과 취나물이 한창이라 산 마트에
잠깐 다녀오면 반찬걱정도 없다
단 한가지
봄볕에 며느리 내보낸다는 것처럼
도시 여자를 방목해버려
피부가 화장을 해도
영 도시티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
좀 그렇다
그러나 그게 대수랴
이런 황금연휴 올해는 다시 없을텐데
ㅋㆍ 며느님이 깊은 밤
살찌지 않는 간식이라고
곤약 쫀득이 한 박스를 보내왔다
저거나 물어뜯으며
시골의 밤을 달달하게
볶아야겠다
어르신들 계실 때
이렇게 호미를 들었더라면
얼마나 사랑받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