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갤러리-대전MBC

방송(4)

비단모래 2020. 2. 12. 06:07

#방송실수담(2)

#TV

#개편

 

입춘 지나고 우수 돌아오는 방송가는

벌써 개편이야기가 뜨고있다

프리랜서들에게 또 한번 회오리 바람의 계절

우리들의 은어로

죽든지 살든지 하는 계절

봄개편 가을개편

이런 개편을 오십 번쯤 격었다

 

어제 모 피디의 전화를 받았다

100분짜리 데일리를ᆢ

 

웃었다ㆍ내 나이가 몇 개냐고

웃었다ㆍ내 나이에도 콜이 온다는 걸

 

하루살이 목숨은 아니지만

6개월 개편인생

프로그랭이 없어지기도 새로 생기기도

하면서 프리랜서들에겐 꽃피는 봄도

단풍드는 가을도

살얼음 판이다

 

혹여 살아남더라도

자신과 잘 안맞는 프로그램

잘 안맞는 피다

잘 안맞는 엠시와 만나게 되면

6개월은 참 고통스럽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 6개월만 참고 견디자

다음 개편엔 꼭 바꿔달라고 하자

라고 생각하고 이겨나간다

 

라디오를 7년 쯜 했을 때

TV작가로 옮겨졌다

라디오보다 구성이 훨씬 복잡하고

보여쥐야하는 ENG촬영부터

편집과 완작이 더 힘들었다

 

그때가 마침 우리나라에 IMF라는

엄청난 금융위기를 겪을 때였다

TV장터라는 주말프로그램을 맡았다

아나바다 아끼고 나누고 바꾸고 다시쓰자는 운동으로 집안에 잠자는

물건을 모아

스튜디오에서 싸게 파는 프로옜는데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토요일 아침 방송국앞에는 길게 줄을 섰고

문을 열면 각 기관 부녀회ㆍ회사ㆍ단제

에서 모아온 물건들은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농협과 연계해서 각 지역의 농특산물 까지

저렴한 가격에 파니 토욜 아침은

그야말로 정신이 없었고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물건을

그냥 집어가는 불상사도 있었다

 

물론 1000 원의 가격을 붙여 팔아

이웃돕기 성금을 내는 거지만

아쉬움이 많았다

 

프로그램은 연일 성공이지만 작가는

참 고단했다

작가는 어느 단체에서 어떤물건을

가져왔는지 단체소개와 인터뷰 대본도

써야했지만

전날 물건을 회수해 스튜디오에

진열하고 가격표를 붙여야했다

 

보조작가가 있는것도 아니고 순전 내몫이었다

전 날 방송국 전용 화물기사와

트럭을 타고 나가 물건을 모아놓았다는

장소에 간다

 

어느때 물건이 예상보다 적을 때가

있다

어느때 넘칠 때가 있다

화물기사님이 짐은 알아서 실어주시지만

거들지 않을 수없다

얼른 방송국에 들어와야하기에

 

그쪽에선 내가 고물실러 다니는

아줌마쯤으로 보일때도 있었나보다

 

^아줌마 이것도 실어가요^

 

화물차기사님은 놀라며

^작가님^

이라고 하지만 나는 이미

고물을 들고 있는 아줌마였다

 

그렇게 TV장터는 IMF가 끝날 때까지

성황을 이루었고 이어 충남 곳곳을

다니며 중소기업전 방송을 했다

중소기업을 살리자는 취지의 방송이었는데 그 방송도 대 히트였고

나중 20억짜리 중계차를 샀다는

후문을 들었다

 

그런 방송에 일조한 셈이고 농협중앙회에서 농산물 팔아주기 공을 세웠다고 감사패를 받았다

그러며 그 프로그램은 또 막을 내렸다

 

다시 만난 건 아침 정보프로그램

세상의 다양한 소식을 전하고

사람을 만나는 시간이었다

 

방송을 시작할 때 6학년 이던 아들이

군대를 갔다

그러고 2002년 6월

뜨거운 월드컵 열기가 대전까지

붉게 물들였다

 

설마 8강에 오르겠어?

하면서 우리는 아침방송을

녹화해두고 나는 남편과

큰아들 첫 면회를 의정부로

떠났다

 

이탈리아 전과 큰 아들

 

아들은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고

우리는 저녁을 먹고 아들을 데리고

나와 숙소를 잡았다

 

그리고 TV를 켜고 월드컵을 시청하는데

불안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우리가 이기는 거였다

 

아니나 다를까

피디의 다급한 전화가 울렸다

^작가님ㆍ내일 아무래도 녹화말아놓은거

엎고 쌩으로 가야할 것 같아요

저 나가서 거리풍경 ㆍ응원전 찍어서 편집해 놓을떼니

아드님 ᆢ ᆢ 내려오셔야 할 것같아요^

 

눈물이 핑 돌았다

 

그러나 나는 방송작가다

이 중요한 걸 놓치고 갈 순 없다

 

첫 면회한 아들을 의정부 어느 거리에 두고 나는 눈물 흘리며 내려오며

스포츠 관계자를 섭외하고

그 밤을 방송국에서 꼬박 새고

다음 날 아침방송을 승리의 소식으로

물들였다

 

^이 작가님 애쓰셨어요^

그 한마디를 듵고

의정부 거리에서 쓸쓸했을 아들생각에

다시 눈물이 났다

 

다시 개편을 맞아

주부가요열창

그야말로 대한민국 주부들의

노래실력을 끼를 꺼내 무대에 세우는

프로그램을 하게 되었다

 

정말 재미있었다

전국주부를 만나는 재미

요즘도 오디션 프로가 엄청뜨는데

아마 주부들의 오디션 시초가 아니었나

싶다

 

어쩜 그렇게 노래 잘하고

끼 많은 주부들이 많은지

무대뒤에서 그녀들과 소통하며

가수들을 만나며

엠시인 이상용 아저씨를 만나며

악단 ㆍ코러스ㆍ노래지도 선생님

심사위원 선생님을 일일이 연락하며

큐시트 짜고 부를노래 정해 악단에게

넘기고

대본쓰고 인터뷰하고

심사표 만들고

상품영수증 만들고 싸인받고

주부 집에 가서 떠온 ENG

대본쓰고 정신없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날도 녹화는 시작되고

이상용아저씨의 입담좋은 오프닝은

유쾌하게 시작되었다

 

물론 생방송은 아니고 녹화였다

하지만 생방송처럼 진행되어야

편집부분이 덜하고 깔끔하다

 

2번주부까지 노래가 끝나고 3번주부 차례

그녀 집에가서 가족의 응원을 떠왔다

한참 이상용아저씨가 ENG화면 원고를

읽고 있는데 무대에 섰던 3번주부

^우리 남편 이름 아닌데요^

적막을 깼다

 

스튜디오엔 방청객

노래부르는 주부 일곱명

카메라스텝들ㆍ코러스 ㆍ악단

더구나 심사워원으로

편성국장님이 앉아계셨다

 

순간 나는 아득해졌다

잠시 녹화는 중단되고

남편 이름을 확인했는데

글쎄

 

지난주 주부의 남편 이름을

원고에 그대로 쓴것이었다

얼른 다시 고쳐 녹화는

이어졌지만 스튜디오 분워기는

이미 싸늘했다

 

^이런 개 챙피^

 

편성국장의 거침없는 화살은

그대로 날아왔고

그날 입상하지 못 한 주부는

심정이 상해 노래를 못했다고

나를 원망했다

 

무릎이 탁 꺾였다

녹화를 끝내고 피디가 내려와 나를

위로 했지만 꼼꼼하지 못한데 대한 자존심도 상했고 그런 작은것에 실수를

한것이 찝찝했다

나름 베테랑 이라면서ᆢ

 

주부가요열창을 하면서

대학생 트롯가요제

운전자노래자랑

보훈가족위안잔치같은 공개방송을

많이 해냈다

 

그 실수 때문인지

사람이름에 대한 컴플렉스

이름을 틀릴까 전전긍긍 하게된다

 

내 눈에는 잘 뜨이지 않은 오타

그 오타가 내게는 늘 치명타가 되므로

 

베테랑이 추락하므로ᆢ

 

그후 주부가요열창도 막을 내리고

토크엔조이 라는 토크 프로그램으로

정말 많은 분들을 만났다

 

내 생에 잊지못 할 귀한 사람이야기

그 사람이야기를 쓰면서

나는 한층 더 업 해졌다

 

그리고 나는 다시 라디오

즐거운 오후2시로 오게 되었다

야호

신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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