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엄마라는 이름

비단모래 2020. 1. 9. 14:47

 

#늑골이 아픈 이름

#엄마

 

엄마!!

 

나는 작은 아들이 전화해

엄마 ~하고 부르면 가슴이

철렁

심장이 뚝 ᆢ곤두박질 친다

 

큰 아들은

엄니ᆢ아니면 늘 익살스런 목소린데

작은애 목소리는

이상하게 애잔하게 낮고

가라앉아 있다

 

내 뱃속에서 나왔어도 둘이

확연히 다르다

 

그리고 큰 아들은 한살 더 먹었어도

늘 든든한데

한 살 어린 작은애는 늘 살얼음 가에 내놓은듯

심장이 쫄깃하다

 

어린 손을 붙잡고

낯선 서울거리를 걸으며

불안하게 병원을 오르내리던 어린시절

 

오직 엄마 손만이 아들에게 한 줄

위안이던 때가 있었다

 

병원에 도착하면 아이는 말을 잃었고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그 좋아하는 햄버거도 싫다고 했고

입술만 노랗게 탔다

 

두려운 공간 병원은

아이의 다리 뼈를 목공소처럼

톱으로 자르고

망치로 못을 박고

열시간 이상 수술을 하고

온 몸 통기브스를 해놓으면

아이는 눈만 깜박이는 눈사람이 되었다

 

수술실에서 나온 아이의 눈은

엄마없는 외로운 섬에서 싸워 이기느라

퉁퉁 부어 있었고

다리는 핏물에 절어 있었다

 

아가~

 

엄마라는 사람은 말 조차 잃고

아들의 모습에 자즈러지고

아픈 늑골에 눌려야했다

 

아무것도 대신할 수 없는

엄마라는 이름

그 이름을 벗어 벗어버리고 싶을 뿐이었다

 

허공 어디론가 날아가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마취에서 고통스럽게 깨며

아가가 찾는 엄마였다

 

엄마 ~

 

아가의 희미한 목소리에

그저 그래 엄마 여기 있어 하며

아가의 뜨거운 손을 잡을 뿐이었다

 

그리고는

아가 조금만 참아봐

 

뼈 자른 고통에 울부짖는 아가에게

엄마가 한 말은 이 말 뿐이었다

 

이렇게 여덟번 아이는 수술을 했고

엄마는 그때마다

죽음만 생각하다 또 엄마였다가를

반복했다

 

그 아이는 자라

무슨 인연인지 남자간호사가 되었다

그것도 수술방 간호사

 

그러며 가끔 눈이 보이지 않게 웃는다

 

최선을 다해 환자를 돌보라 부탁한다

그 보호자까지 마음을 보살피라

부탁한다

 

간간히

문자를 하고 전화를 한다

 

어젯밤도

11시가 넘어 전화를 했다

 

^엄마~^

 

가슴이 쿵 했다

 

^뭔일여^

 

^엄마 목소리 듣고 싶어서요^

 

^지금이 몇신데^

 

^수술이 지금 끝났어요^

 

^그려 어이 들어가^

 

^네 안녕히 주무세요^

 

그러나 어젯밤 나는 안녕히 주무실 수없었다

 

아직도 엄마여서ᆢ

 

아직도 늑골이 아픈 이름이어서ᆢ

 

#작은 아들 때문에 이 시집이 나왔다

나의 첫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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