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고향의 정

비단모래 2019. 9. 12. 07:08

 

 

#고향

#인심ㆍ정

 

수요일 시낭송 수업이 있는 김에

추석 준비를 해서 일찍 시골집에 들어왔다ㆍ

 

수업 끝내고 막 집에 오니

이장님 댁에서 전화가 왔다

 

동네서 가래떡과 고기를 준비 했으니

가져가라는 것이었다ㆍ

 

동네 가구라야 열 한 가구 라지만

이렇게 동네서 추석을 맞아

집집마다 떡과 고기를 돌리는 동네가 얼마나 될까

 

실은 얼마 전에는 차례상에 쓰라고 햇밤도 한 봉지씩 돌렸었다ㆍ

 

예전에는 동네서 돼지를 잡았었다

우리 아버님이 주축이 되셨었다

돼지를 잡아 고기는 집집마다 나누고

머리는 누름고기를 만들고

내장은 피순대를 만들어 동네잔치를 했다ㆍ

 

건장한 남자들이 나서 일도 척척 해냈다

그리고 어르신들이 풍물을 치며 집집을 도셨다

 

참 흥겨운 추석이었다

 

세월이 흐르고

어르신들은 돌아가시고

이제 쇠락한 동네는 15명의 주민중

다섯분이 90 을 바라보고 계시고

한 분은 아예 바깥출입을 못하시고

한 분은 얼마 전 고관절 골절로

병원에 입원했다 오셨고

세분은 유모차에 의지해 겨우 골목을

다니신다

 

하지만

정은 변하지 않았다

애호박이 많이 열렸다고

따 주시고

들기름 짰다고 한 병 선뜻 주시고

꽃 좋아 한다고 나눠 주시고

부녀회장님은 소금 사라고 알려주시고

일주일에 한 번씩 오는 나를

빼놓지 않고 꼼꼼하게 챙기신다ㆍ

 

고향의 따뜻함을 느끼게 해 준

떡과 고기

 

명절 마다 챙기는 고향의 마음이다

참 좋은 나의 시댁 동네다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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