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해체와 봉합

비단모래 2015. 10. 15. 17:24

 

 

5년된 TV가 해체 돼

수리중이다.

어제저녁 갑자기 화면이 흔들리더니

화면과 소리가 나가고 말았다.

TV가 나오지 않자 세상이 조용해지고 적막해졌다.

그런데 이상한 단절을 느낀다.

우리가 매달려 온 허상의 공간

그 공간마저 꺼지자 세상은 참 허했다.

잡다한 세상소식을 두르고 살았다

 

이 TV를 장만한 사연이 웃긴다

몇년 전 건강검진을 하면서 위속의 용종을 떼어냈다.

그러자 보험금이 나왔다.

남편과 둘이 나온 보험금을 합치니

오래된 브라운관 텔레비젼을 갈고 벽에 붙이는 LED텔레비젼을 살 수 있었다.

그렇게 사서인지 벽에붙은 텔레비젼이 소중한 듯 했다.

 

참 일도 많다

하다하다 텔레비젼 까지 고장이나고 말다니...

 

아이들 일부터 자동차사고문제 남편사무실 이전문제

거기다 오래된 아파트에 살다보니 난방파이프가 새서 아랫집 벽을 적셔

강화마루를 깐 마루바닥을 뜯어내서 고쳐야 했고

텔레비젼까지 고장나 서비스를 받고 말았다.

 

한꺼번에 자꾸만 닥치는 문제들이 숨가쁘다.

분명 즐거운 일도 있을텐데 쌓이는 문제가 그 즐거운 시간을 잊게한다.

 

해체된 텔레비젼을 보면서

내 맘도 이렇게 열어봤으면...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가 아픈지.

어디가 고장났는지...

 

그러나

고친 텔레비젼은 언제 그랬냐는듯 다시 세상 소식을 전하느라 바쁘고

뜯어낸 거실은 바른 시멘트가 말라가고

사무실 이전은 마무리되어 이사준비를 하고 있고

아이들도 각자의 선택을 했고

 

해체됐지만 상처를 남기고 서서히 봉합되어 간다.

이 상처도 세월 가면 흐릿해 질것이다.

우리 어깨위의 우두자국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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