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가을을 갈무리 하다

비단모래 2015. 10. 4. 14:25

 

네 그루 심었던 가지는 여름내 우리에게 맛있는 시간을 허락했다.

따 먹으면 또 열리고 따 먹으면 또 열려서

네 그루 가지고도 아랫집에 동생네집에 윗층에 나누고도

실컷 먹을 수 있었다.

튀김가루 입혀 튀김을 해서 먹기도 하고

밥위에 쪄서 국간장과 참기름 깨소금 넣고 조물조물 무쳐먹기도 하고

양파 풋고추 넣고 볶아먹기도 해고

삼겹살 구울때 살짝 구워 함께 먹기도 했다.

 

줄기차게 잘리는 가지가 궁금해서 시골집으로 달리기도 했다.

 

가을로 접어들면서 가지가 여름처럼 크게 자라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먹을만하게 달리고 있다.

몇개는 갈라서 빨래줄에 걸어놓기도 했다.

꼬들하게 말려먹으면 식감이 좋기 때문이다.

 

가을은 이것저것 말려두면 겨울지나 봄까지 요긴한 식재료가 된다.

 

 

 

 

가을햇살은 금처럼 귀하다

노란물이 도는 ..아직은 조금 떫은 감을따서

돌돌 깎아 매달았다

추석에 시골을 찾았다고 이장삼촌이

주신 표고버섯은 구워먹고 남은것은

햇살 샤워중이다.

그리고

찬바람이 나면 애호박은 주렁주렁 달린다

가을햇살아래 널어놓으면

가을햇살이 스며들을것이다.

이렇게 가을햇살 스미면

맛있는 음식이 돼서

몸속 핏줄속으로 가을햇살 퍼질 것이다.

 

 

울안에 대추나무 두그루도 알알이 동그런 대추를 달고 있어서

장대로 털었더니

명절과 제사를 쓸 만큼 나와 햇살에 널어두고 왔다.

 

아삭 깨물면 단맛이 압안 가득이다.

 

이 작은 대추도

태풍 번개 비 다맞고 영그는데

사람의 일생이야 얼마나 많은 시련과 좌절이 있겠는가.

가을 햇살에 가을을 갈무리하듯

우리 인생 갈무리도 가을햇살에 갈무리  해두어야하겠다.

 

 

대추 한 알

     장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 -->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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