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화단에 흐드러진 봉숭아를 따서 그늘에 꾸덕하게 말려 가지고 왔습니다.
조그만 절구에 백반을 넣고 콩콩 찧어
손톱에 봉숭아 꽃물을 들였습니다.
요즘 메니큐어도 다양하고
더구나 손톱을 예쁘게 치장하는 네일아트도 있지만 아직도 손톱에 봉숭아꽃물을
들이고 있습니다.
요즘 마음도 편치않고
복잡하지만 잠시 그런 일상을 가슴속에 접어둡니다.
내 마음이 오히려 붉게 타고 있지만
그냥 표현하지 않고 애써 참아내고 있습니다.
어릴적에는 어머니께서 아주까리 잎과 무명실로 곱게 묶어주셨습니다.
밤새 화끈거리는 손가락 때문에 잠을 설치지만 아침에 일어나 봉숭아 물이 붉게 든 손톱을
생각하며 참아냈던 기억이 납니다.
가끔은 묶은 것이 빠져 이불에 봉숭아물을 들인적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혼자서도 봉숭아물을 잘 들입니다.
요즘에는 일회용비닐장갑 손가락 부분만 가위로 잘라내고
무명실 대신 종이테이프로 돌돌 감아둡니다.
무명실로 묶은 것보다는 좀 덜 화끈거립니다.
그래도 몇번인가 빼버리고 싶은 ...것을 참아내고 참아 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손톱에 스며든 봉숭아꽃물을 봅니다.
아마
분명
곧
이 더위가 지나고
첫눈이 내리는 날 오겠지요.
아마
분명
곧
이 복잡한 일상도 지나고
평온이 오겠지요.
꼭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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