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봄날은 간다

비단모래 2015. 5. 6. 07:10

 봄색이 조금씩 스러지고

여름을 색칠하는 초록이 짙어지고 있다.

봄날은 간다

오늘이 입하! 여름으로 들어가는 날이다.

 

아버님 모시고 시골집에 다녀왔다.

아버지 인생의 추억이 남아있는 집

아내와 팔냄매를 기르며 젊음을 바친 곳

그리고 아버님 연세처럼 늙어가는 시골집

 

그곳을 떠나 병원에 계신지 벌써 8년

시골집은 온기를 잃고 자꾸만 아버님 몸처럼 쇠약해져 가고 있다.

변함없는 것이라면 집앞 정원의 꽃들이 해마다 빈집을 지키며 피고 지기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메화 배나무 감나무 은행나무 철쭉 햇잎나무 대추나무 불두화

금낭화 겹매화 명자꽃 둥글레 며느리밥풀꽃 자두꽃 보리수꽃

그리고 마당을 덮는 머위 돌나물 민들레까지

철을 이어가며 꽃을 밝히고 있다.

 

 쇠잔한 집을 밝히는 꽃등을 기억하시는 아버님은 자꾸만 시골집을 가고 싶어하셔

어제는 작은아들이 운전을 하고 모시고 다녀왔다.

시골집에 가도 이젠 여러가지가 너무도 불편하신 아버님은 여기저기를 휘휘 둘러보신다.

얼마나 많은 추억이 남은 곳일까?

구석구석 손길이 닿은 집

그 집에서 8남매를 낳고 기르며 웃음과 절망을 거듭하셨을 세월을 생각하니 마음이 뭉클하다.

 

아버님은 시원찮은 걸음으로 단풍나무 아래도 앉아보시기도 하고

대문앞에서 행길을 향해 서 계시기도 하고

마루에 걸터 앉아보시기도 하면서 지난 필름을 풀어내고 계셨다.

 

 그런 아버님께 시골집의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해 드리고 싶어

화분을 늘리고 화단을 정리하면서 집안을 조금씩 가꾸어가고 있다.

아버님 몸체같은 시골집을 방치해두면 얼마나 섭섭하실까?

비록 집을 비우고 계셔도 며느리의 손길과 마음이 머물고 있다는 걸 아시면

마음편히 계실 것 같아 시골집을 다독이고 있다.

 

획돌에 물풀을 넣고

수국과 연산홍을 가져다 심고

여기저기 금낭화 포기를 나누어심고

다육이 화분을 늘려가면서 나중 며느리가 이집에 들어와 살것을 암시해 드린다.

실천이 될 지는 모르지만 아버님 계신동안 이 시골집을 며느리가 애지중지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어서이다.

 

생전 호미질을 해보지 않은 며느리거 호미를 들고 화단의 풀을 뽑아내고 있으니

아버님은 바라보시며 웃으신다.

믿음이 가셨으면 좋겠다.

 

 

 

 온갖 꽃을 피우던 시골집 화단도 봄날이 가고 있다.

함박꽃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피어나고 있다.

이 함박꽃이 혼자서 빈집을 지킬 것을 생각하니 아쉽다.

환한 웃음을 늘 보고 있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버님을 모시고 다시 나오면서 자꾸만 시골집을 뒤돌아보시는 아버님을 보았다.

지금 가면 언제 또 이곳에 올까?

애잔한 마음 아니셨을까?

 

곧 다시 모시고 오리라.

 

이렇게 애잔히 봄날은 간다.

이제 여름이다.

 

 

 

 

 

 

**


'세상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쁨  (0) 2015.05.07
윤보영 시인  (0) 2015.05.07
5월 첫 날  (0) 2015.05.01
내 재산  (0) 2015.04.30
부모는 무엇이 행복한가  (0) 2015.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