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봉숭아꽃 씨를 뿌리고..

비단모래 2015. 4. 20. 10:32

시골집 장독대 주변, 대문앞, 그리고 텃밭한쪽에 봉숭아꽃씨를 뿌렸습니다.

시골에 지천인 봉숭아꽃씨를 마트에서 사다가 뿌렸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시골에서 봉숭아꽃을 보기 힘들어졌습니다.

봉숭아 꽃물을 들이는 여름이 오면 봉숭아꽃 구하려 먼길을 가기도 하고

손녀들이 봉숭아꽃물을 들이고 싶어하면 가루로 된 것을 물에 개서

들여주기도 했습니다.

 

그 흔하던 봉송아꽃들이 다 어디로 갔을까요?

 

예전에 어머님 계실때는 장독대옆에 어김없이 주먹봉숭아꽃이 피었습니다.

봉숭아는 옛날부터 귀신이나 뱀을 쫓아낸다고 알려진 봉숭아에는

뱀이 싫어하는 냄새가 나므로 뱀이 가까이 오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그런 까닭에 금사화(禁蛇花)라고도 합니다.

 

여인들이 자주 가는 장독대에 뱀이 있으면 얼마나 무서울까요?

참 지혜롭게, 더구나 예쁜 꽃으로 퇴치를 했으니 참

그마음이 예쁩니다.

 

아무리 동네를 돌면서 봉숭아를 찾으려 했지만 눈에 보이지 않아

아에 올 봄은 봉숭아 씨앗을 뿌리기로 했습니다.

태양 붉은 여름에 붉게 피어나는 봉숭아꽃

 

이 봉숭에 꽃에 추억이 담긴 분들도 많을테지요.

첫사랑 이야기며, 밤내 뒤척이다가 이불까지 빨갛게 물들인 추억

어머니께서 아주까리 잎에 무명실로 꽁꽁묶어 그 밤을 새운 일하며

아침에 세수하며 빨갛게 물들 손톱을 내려다 보면서 배시시 웃던 생각도

납니다.

 

그러며 자꾸만 빠져나가는 봉숭아 꽃물을 아쉬워하고

첫눈 올때까지는 남아있기를 바라곤 했습니다.

 

 

 

 

 

 

손녀들이 생기면서

손녀들에게 할머니에 대한 추억을 남겨주고 싶었습니다.

시낭송을 가르치기도 하고 밖으로 데리고 다니며 자연을 만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지워지지 않을 추억

손톱에 봉숭아 꽃물을 들여주는 것입니다.

 

해마다 여름이면 봉숭아꽃물을 들여주는데

세살짜리 손녀도 좋아했습니다.

 

조그만 손톱에 봉숭아꽃 찧은것을 올려놓고

 일회용 비닐잘갑 손가락 부분을 잘라끼우고 종이테잎을 돌돌 말아 끼우는

쉬운 방법을 터득했습니다.

 

여름을 기다립니다.

집안 여기저기서 붉게 피어날 주먹 봉숭아꽃을 기다립니다.

손녀들과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봉숭아 꽃물을 들이는 여름밤을 기다립니다.

 

행복한 마음으로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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