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은 역시 눈의 달입니다.
12월이 시작되자마자 첫 눈이 내렸으니까요.
12월은 역시 겨울입니다.
눈발이 성글게 내리던 새벽, 계족산으로 스며듭니다.
찬바람이 박하향처럼 폐속으로 스며들고 비탈길을 오르자 몸은 금세
더워졌습니다.
아직 새벽산길을 지키는 가로등은 밤을 새우며 서있고
그 불빛에 달라드는 눈발은 은가루 처럼 쏟아집니다.
무념 무상으로 계족산으로 스며며듭니다.
어둠이 초라한 마음을 가려주어서 오히려 더 좋습니다.
무엇을 하지? 어디로 가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어둠속에서
그냥 헉헉 숨을 몰아쉬며 언덕을 오르면 됩니다.
그리고 곧 알게 됩니다.
그렇게 언덕을 오르면 내려오는 길은 참 행복하고 편안하다는 것을...
눈길은 참 조심스럽습니다.
그러나 언제 우리삶이 조심스럽지 않았던 적이 있었던가요?
그렇게 호락호락 했던가요?
봄이 딸을 열고 꽃을 피우는 일도 꽃샘바람에 조심스러웠고
여름이 푸르게 녹색의 청춘을 휘날려도 폭풍우를 이겨야했고
가을이 붉게 익어도 헤어짐을 예고해야 하는 것처럼
겨울길을 걷는 것처럼 언제나 조마조마한 길이 아니었던가요?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우리는 우리 나이만큼 그계절을 견뎌왔고 견뎌냈고
견뎌가리란 것을 믿습니다.
우리 나이만큼의 겨울이 다가왔어도 지나왔기 때문입니다.
유난히 더 춥다는 일기예보도 눈이 많이 내릴거라는 대설주의보도 우리는 수없이 들으며
건너온 세월을 나이로 더하고 있습니다.
올 겨울도 그래서 잘 이겨가고 견녀내리라 믿어봅니다.
그래도 다행인것은 첫 눈은 누구나 다 기다린다는 것입니다.
첫 눈이야...쉬지않고 SNS로 들어오는 달뜬 목소리가 들립니다.
나를 알고있는 많은 사람들이 첫 눈이 온다고 나를 사랑한다고 고백해 옵니다.
첫 눈은 기다리는 사람때문에 내리고
첫 눈은 사랑하는 사람때문에 내리는가 봅니다.
그렇게 첫눈은 내렸습니다.
^^이제 원없이 눈구경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지겨운 눈 때문에 길이 막혀 그대에게 가는 길이 더딜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그대에게 가다 미끄러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좀 느리게 가야합니다.
조심조심 가야합니다.
눈이 내리는 겨울은 기다림의 계절입니다.
꿈의 뿌리를 언땅 깊숙이 내리고 맨몸으로 견디는 겨울나무처럼 무한 기다림으로 서야 합니다.
그러나 기다림이 있기에 늘 행복했습니다.
겨울은 낮은 목소리를 내도 알아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겨울은 그대와 조금더 가까이 있어야 따뜻해지기 때문에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고 싶어지는 계절입니다.
손을 잡고 싶고 팔짱을 끼고 싶고 어깨를 감싸안고 싶은 계절 겨울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우리는 사랑이라는 에너지를 힘껏 돌려야 합니다.
사랑만이 혹독한 겨울을 견딜 수 있고 사랑만이 겨울내내 기다릴 수 있게 합니다.
마음속 사랑의 온도를 올려야 하는 겨울
그대와 손잡고 싶습니다.
그렇게 첫 눈이 내렸습니다.
이제부터 긴 기다림이 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