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가을은 세상이 온통 시로 물들고
가을 마음은 온통 시에 젖는다
마음이 순해지고 부드러워지고 쓸쓸해지는 가을
대전시민대학 일요교실
마음을 치유하는 시읽기와 창작교실에서 보문산 사정공원 시비공원으로 문학기행을 나갔다.
40대에서 칠순을 바라보는 분들까지
모여
낙엽쌓인 가을을 환호했다.
보문산 사정공원은 가을이 깊게 내려앉았고
우리마음도 가을에 스며들었다.
어린소년처럼 낙엽을 주워 하늘에 뿌려보기도 하고
앞 다투어 나무에 기대 사진을 찍고 아..좋다 멋지다를 연발했다
우리는 황순원의 소나기에 나오는 소년 소녀가 되어 살짝 들뜬 마음으로
보문산 사정공원을 걸었다
자신들이 외우는 시를 발표해보기도 하고
자신들이 살아온 길을 털어놓기도 하고
자신들이 지금 가지고 있는 아픔을 털어내며
우리는 마음치유를 하고 있었다.
가을은 이렇게 깊숙히 우리마음의 아픔을 치유하고
마지막 나무와의 이별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었다.
우리교실 회원들은 앞으로 10년을 함께하지고 했다.
교수님 앞ㄴ으로 10년 함께 갑시다
하는 말에 나는 그냥 웃고 말았다.
가을
반공건국 청년운동 순국기념탑
시인 최원규 선생 시비
비둘기
최원규
순하게 내리는 햇살속에서
부드러움이 가득한 날개
포근한 달같이 사랑을 주소서
하늘의 해를 바라는 빛나는 고요한 눈빛
꽃같은 슬기를 주소서
누리를 향해 일렁이는 숨결
열매같은 믿음을 주소서
시인 김관식선생 시비
다시 광야에
김관식
살아 있는 모든 것의 몸뚱어리는
암소 황소 쟁깃결이 날카론 보습으로
갈아 헤친 논이랑이 흙덩어리와 같습니다.
따순 봄날 재양한 했살 아래
눈 비비며 싹터 오르는 갈대순같이
그렇게 소생하는 힘을 주시옵소서
시인 만해 한용운선생 시비
꿈이라면
한용운
사랑의 속박(束縛)이 꿈이라면
출세(出世)의 해탈(解脫)도 꿈입니다.
웃음과 눈물이 꿈이라면
무심(無心)의 광명(光明)도 꿈입니다.
일체만겁(一體萬劫)이 꿈이라면
사랑의 꿈에서 불멸(不滅)을 얻겄습니다
시인 박용래선생 시비
저녁 눈
박용래
늦은 저녁 때 오는 눈발은 말집 호롱불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 때 오는 눈발은 조랑말 발굽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 때 오는 눈발은 여물 써는 소리에 붐비다.
늦은 저녁 때 오는 눈발은 변두리 빈터만 다니며 붐비다.
장암 지헌영 선생 추모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