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시(詩)

[스크랩] 가을-김종미

비단모래 2014. 10. 17. 11:13

가을

       김종미



잘못 걸려온 전화처럼 가을이 왔다



전화를 받자마자

"전화 잘못 걸었습니다"

굵직한 바리톤의 음성만 남기고 끊어진 전화를

아직도 못 끊고 있는 것처럼

가을을 들고 있는 손



가을엔 손이 가슴이 된다



너, 라는 것을 만지고 싶어

너무 길어지거나 너무 짧아지는 손가락은

누가 두드려주지 않으면 울지도 못하는

피아노 건반



브레이크가 고장 난 내리막길은 붉디붉다

입가의 피 맛을 마저 핥는 사자의 넓고 긴 혀

개미귀신의 꼭짓점으로 미끄러지기 시작한 개미의 허리

번호 하나쯤 쉽게 잘못 누를 준비가 되어 있는

그러니까 가을엔 섣불리 전화하지 말아야겠다



누군가의 손에 가을을 덥석 쥐어 주고

황망하게 끊지는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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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뚜뚜,..외롭게 들리는 건너편 전화음

처럼

가을이 뚝 잘려나가는게 아파요

 

그래도 전화하셔요

 

 

출처 : YCY교육그룹(스피치/면접/자기개발/창업/코칭)
글쓴이 : 이현옥(비단모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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