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김종미
잘못 걸려온 전화처럼 가을이 왔다
전화를 받자마자
"전화 잘못 걸었습니다"
굵직한 바리톤의 음성만 남기고 끊어진 전화를
아직도 못 끊고 있는 것처럼
가을을 들고 있는 손
가을엔 손이 가슴이 된다
너, 라는 것을 만지고 싶어
너무 길어지거나 너무 짧아지는 손가락은
누가 두드려주지 않으면 울지도 못하는
피아노 건반
브레이크가 고장 난 내리막길은 붉디붉다
입가의 피 맛을 마저 핥는 사자의 넓고 긴 혀
개미귀신의 꼭짓점으로 미끄러지기 시작한 개미의 허리
번호 하나쯤 쉽게 잘못 누를 준비가 되어 있는
그러니까 가을엔 섣불리 전화하지 말아야겠다
누군가의 손에 가을을 덥석 쥐어 주고
황망하게 끊지는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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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뚜뚜,..외롭게 들리는 건너편 전화음
처럼
가을이 뚝 잘려나가는게 아파요
그래도 전화하셔요
출처 : YCY교육그룹(스피치/면접/자기개발/창업/코칭)
글쓴이 : 이현옥(비단모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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