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시어머님 기일

비단모래 2014. 10. 2. 07:53

몸은 쇠약해지셨어도 아직 제사나 집안일에는 남다른 고집이 남아계신 8남매의 아버님이 계시다.

산 사람보다 조상을 위하는

조상때문에 후손들이 조금 불편하고 힘든것은 아무렇지도 않으신 아버님 덕분에

제사때가 돌아오면 늘 긴장이다.

늘 뭔가 맘에 안들어하시기 때문이다.

 

예전 어머님께서 할머니 제사를 지내실때 보면 갖가지 떡을 집에서 하셨고

두부 도토리묵 한과까지 해서 상에 올려놓으셨다.

그야말로 성대한 젯상차림이다.

 

그러다 도시에서

또 직장을 다니는 맏며느리의 젯상은 늘 아버님은 조상님께 송구한 일이었다.

떡을 사는 일을 이해하지 못하시는 그런 분이시기에 늘 마음이 부담이다.

 

오늘 9월 초여드레 시어머님 기일

평생 남편의 기에 눌리고 8남매를 기르시던 고단한 몸을

땅에 묻고 편안하신지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맏며느리를 아버님께 덮으려 부단히 노력하신 어머님

단 한마디도 꾸중없으셨던 어머닌 기일이다.

그러나 일하는 며느리는 손주며느리들에게  부탁해놓고 하루종일 송곳 끝을 걸었다.

 

나의 마음을 알았는지 생방송 끝나고 달려왔더니

두며느리가 이렇게 얌전하게 준비를 해놓았다.

8남매 맏이 집으로 시집와 명절과 생신을 치뤄가며

어렵지만 슬기롭게 해내는 내 며느리들

조카들이 있지만 결국 내 아들들 몫으로 남겨야 하는 이 짐이 미안하지만

이렇게 준비할 줄 아는 며느리들이라 고맙기만 하다.

우리 두 며느리들

정말 말없이 예쁘게 잘해줘서 고맙다.

식구 많은집이라 설거지도

엄청난데 깨끗하게 해놓고..

손댈것 없이 정리해놓아서 정말 고맙다.

 

골고루 음식도 싸서 보낼 줄 아는 마음도 고맙고..

그래서 또 잘 마무리 했다.

 

결국 아버님의 이상한 고집으로 내마음이 상하고 말았지만 남편마음이 아플까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어쩌면 그 고집이 8남매를 아버지 앞에 고개 숙이게 하는 힘인지도 모른다

환갑이 넘은 아들조차도 아버지 앞에서는 아직 고개를 들지 못하니 말이다.

 

 

^^

어머님 제사 지내느라 힘들었다고 마음을 담아준 남편..

이런 남편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싶지 않아서 그냥 오늘을 마무리한다.

 

고단한 아내의 몸을 이해해 준 것 만으로도 고맙기 때문에.....

 

어머님을 그리워하고 기억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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