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시(詩)

[스크랩] 겨울연못-장석남

비단모래 2014. 7. 11. 13:17

겨울 연못

 

                장석남

 

 얼어붙은 연못을 걷는다

 이쯤엔 수련이 있었다

 이 아래는 메기가 숨던 까막돌이 있었다

 어떤 데는 쩍쩍 짜개지는 소리

 사랑이 깊어가듯

 

 창포가 허리를 다 꺾었다

 여름내 이 돌에 앉아 비춰보던 내

 어깨 무릎 팔,모두 창포와 같이 얼었다

 그도 이 앞에서 뭔가를 비춰보던데 흔적 없다

 열나흘 달이 다니러 와도 냉랭히

 모두 말이 없다

 

 연못에 꿍꿍 발 굴러가며

 어찌하면 나에게도 이렇게

 누군가 들어와 서성이려나

 "이쯤은 내가 있던 자리"

 "이쯤은 그 별이 오던 자리"

 하며

출처 : 금사(錦沙)시낭송.스피치 힐링&조이 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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