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일요일 아침에..

비단모래 2010. 9. 26. 09:24

 

 

아침에 핸드폰을 열어보니 낯선 전화번호가 세번이나 부재중으로 떠 있다.

누구일까 급하면 또 하겠지 생각하다 버튼을 눌렀다.

충남대학병원 정형외과 닥터라 한다.

"10월1일 수술을 예약하셨는데요..왼손에 병명이 하도 여러개라..

혹시 뼈자르는 수술한다고 말씀 들으셨나요?

"아뇨..간단한 수술이라고 들었는데요.."

"아..그러세요..박사님이 차트에 여러가지 병명을 적어놓으셔서 어떤거 부터 수술을 하실지

이야기 하셨나 하고요..그럼 잘 준비해 놓겠습니다"

 

전화를 끊고..마음이 심란해진다.

뼈 자른다는 말씀은 않하셨는데..뭐 뼈가 서로 충돌하고 있다나...

그럼 수술을 여러번 해야되는 건 아닐까..휴..아침부터 마음이 무거워진다.

 추석지나고 통증이 심하다.

 

아무리 않한다 하더라도 추석에 손을 많이 써서 인지

밤에는 통증때문에 잠을 이루기 어렵다.

그리고 특집이다 뭐다 손이 쉴 틈이 없었다.

 

내일은 또 창사특집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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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의 반지하에 사는 작은아들네가 앞집 수도가 터지는 바람에 집이 물에 잠겼다고 한다.

자다일어나 보니 집안에 물이 발목까지 찼다고 한다.

 앞집이 문을 잠그고 추석쇠러 가는 바람에 119를 불러 앞집 문을 열고 물을 잠갔다고 한다.

무슨 비피해로 잠긴것이 아니고..이렇게 방심한탓에 신혼집이 물에 잠겼다.

어찌나 가슴이 아픈지..

넉넉하게 마련해서 방을 얻어주지 못한 마음이 정말 미안했다.

 

이불 옷..가전제품..청소기 카메라 노트북이 물에 젖어 사용을 못하게 됐다고 한다.

60이 넘은 앞집에서는 미안하다는 말조차 없다며 어린아이들을 마음아프게 한다.

"우리 책임아니라고요"하더란다.

 

엄밀히 말하면 그럴수 있다.

집을 비운사이 상수도가 터졌으니..

하지만 관리소홀의 책임이나..그 신혼살림을 물에 적신 아이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위로했으면 어땠을까?

 

"미안하다고 말만 했어도 속이 덜상하겠어요"

며느리의 말을 들으며 세상의 어른의 행동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것같다.

 

"다른건 다시 산다고 하지만요..채원이 앨범이 젖어 사진이 퉁퉁 불은걸 보니 너무 속상했어요"

그랬을거다.

그랬을거다.

 

남편이 많이 가슴 아파하더니 결국 누워버렸고 어제는 심하게 앓았다.

아침에 일어나 손을 쓰지 못하는 내 아침을 준비하고 겨우 한술 뜨더니 산이라도 다녀오겠다고 나섰다.

눈이 헐거워졌다.

 

아버지 로써 아이들에게 그런 어려움을 겪게 했다는 마음아픔이 몸까지 아프게 했나보다.

"퇴직금 일찍 정산해야 할까봐"

 

그말에 아버지의 아픔이 묻어나왔다.

아이들은 절대 아니라고..한다.

큰아이도 대출로 집을 마련해 갚느라고 애쓰면서도

"이건 우리들이 해낼거니 걱정마시라"고 하는 것이 참 아프다...

 

 

그래 엄마아빠는 부모 도움없이 일어났다고 말해주고 싶지만 시절이 다르니..

주변에 남편친구들보면 자식들에게 턱턱 집을 사주고 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 모습이 더 작아지고..아이들이 안쓰럽다.

아..얼른 작은아이네가 충격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

다행이 며느리 목소리가 밝아서 좋다.

"걱정마세요..해 나면 잘 마르겠죠' 물먹는 하마 사다놓고..했으니 걱정마세요"한다.

얼른 반지하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

 

채원이는 아직 우리집에 있다.

어젯밤에 큰아들네가 데리고 가서 자겠다고 데리고 가더니 아직 자는 지 연락이 없다.

 큰아빠 큰엄마를 잘 따르고 ..좋아하니 ..

추석에 예쁜 옷을 사주더니 또 한벌의 옷을 사입힌 큰며느리는

조카 목욕도 잘시키고 데리고 다니며 놀기도 잘한다.

 

마트도 가고 훼미리레스토랑에도 가면서 채원이를 정성으로 보살핀다.

엄마 손 아프시니까 잘볼께요..잘 따르니까요..

고맙다 큰아들 큰며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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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급하게 들이치는데

내마음은 여러가지로 복잡하다.

손을 수술하면 일을 놓아야 하는건 아닌지..

20년이나 한 방송작가..

물론 더이상 미련없이 하고 싶을만큼 했다고 하지만

막상 일을 놓는다면 쓸쓸해 질것 같은데...

건강이 우선이라지만..

 

가을로 가는 일요일 아침 가만히 이시를 읊는다

 

가을 길

                    조병화

 

맨 처음 이 길을 낸 사람은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나보다 먼저 이 길을 간 사람은

지금쯤 어디에 가고 있을 까

 

이제 내가 이 길을 가고 있음에

내가 가고 보이지 않으면

나를 생각하는 사람, 있을까

 

그리움으로, 그리움으로 길은 이어지며

이 가을

어서따라 오라고

아직, 하늘을 열어놓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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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간 남편이 핸드폰으로 위로의 문자를 보냈다.

 

이쁜 마누라..봉황정에서 내려다보이는 시내는 간판까지 보일듯 깨끗하네요

당신의 모든 아픔이 이렇게 깨끗하게 낫기를 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