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출근길 은행에 들러 대학원 마지막 학기 등록금을 냈다.
그러며 출근하는 길 만감이 교차한다.
몇년 전,다시 공부하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 두려움도 많았다.
오랫동안 공부를 손 놓고 있었고..그때 두아들도 학생들이어서 만만치 않은 등록금 문제도 망설여졌다.
거기다 남편까지 늦은 공부를 하니 그야말로 네명의 등록금은 숫치로도 엄청났다.
일단 각자의 등록금은 각자가 해결하기로 했다.
그러며 세월이 흐르고 아들들도 대학을 졸업하고 남편도 졸업하고 나도 졸업하고...
나는 대학원을 가기로 결정했다.
2년간 다행으로 50% 방송인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나 그것도 가정생활하는 주부로 8남매 맏며느리의 소소한 대소사로
아버님 병원비로 두며느리들과의 생활로 작은 액수은 아니었다.
내가 일하고 있으니 내손으로 등록금은 번다고 해도 가정에 이돈을 보태면 좋을텐데..하는 미안함도 있었다.
아이들을 좀더 풍족하게 해줄 수 있었을텐데 하는 엄마의 마음도 있었다.
주변 홀로계신 아버지...넉넉하게 용돈도 드리고 싶었고..주변에 있는 형제 자매 조카들..
다 걸렸지만...'
그러다 세월이 가고 오늘 마지막 등록금을 냈다.
학교 다니면서도 각종 자격증을 따느라고 또 들어간 수업료는 얼마인가!
왜 그렇게 나는 공부에 매였었을까...
어린시절, 초등학교도 중간에 그만두었다가 다시가고 .. 중학교를 포기해야 할 때가 있었다.
작은 오빠는 절대 포기하면 않된다고..자기가 학비를 대겠다고 했지만 오빠는 나보다 두살 더 먹은 어린나이였다.
결국 중학교를 포기하고 집안 살림을 했다.
선비 아버지 대신 어머니께서 가정살림을 책임지고 계셨기 때문에 집안일이 문제였다.
공부잘하는 오빠들과 동생들..
정말 눈부시게 공부잘하는 오빠들과 동생들이 자랑스럽기도 했지만 부러운 적도 참 많았다.
중학교를 포기하고 양복점에 다니던 작은오빠가 중 고등학교를 검정고시를 거쳐
공주사범대학교에 들어가고 그리고 대학원을 졸업하고 선생님으로 발령을 받으며
나에게 가장 미안해 했다.
내가 마음의 짐이었고 마음아픈 동생이었다.
큰 오빠는 가난을 이기려면 공부하는 길 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결혼하고 한동안 공부를 잊었다.
작은 아이 8번의 대수술..8남매 맏며느리의 길..그 길은 나의 꿈을 펼칠수 없는 무게로 눌렀었다.
그러나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고 하지 않던가.
공부를 포기하지 않고 마음에 담아두었더니 하고 싶은 곳에 가게 되는 길이 였렸다.
백일장에 나가 탄 수많은 상장들
그리고 시집 출판은 하고 싶은 문창과를 가게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내가 방송작가가 아니었으면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까?
방송작가 생활을 하면서 공부하고 싶어졌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학력에 대한 스트레스..혹은 소외감..아니면 열등감이 작용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 주변에서 학력가지고 뭐라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아니 당연히 대학은 나왔겠거니..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 마음이 힘들었다.
2005년 과감히 대학에 입학했다.
대학4년, 직장과 공부..그리고 소소한 집안일들..생각만 해도 벅차다.
집 식구들이 도와주지않았다면..나를 보고 밥달라고 하지않고 빨래해달라 조르지않은 가족이 있었기에..
그때부터 남편은 와이셔츠를 직접 빨았고..밥을 해먹었고..아이들도 스스로 해나갔다.
청소도 내차지가 아니었다.
그러며 졸업을 하고 대학원에 들어갔다.
남편은 내친김에 아주 대학원을 가라고 격려했다.
힘들었다.
솔직하게 말한다면 힘들었다.
그런데 마음은 참 가볍다.
마음의 짐을 벗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대학에 가자 가장 좋아하신 부모님..그리고 작은오빠..그리고 가슴속의 무거운 돌덩이를 내려놓은 것 같다던 막내동생
대학나온 여동생들..어머니 멋져요 하는 두며느리..두아들..그윽하게 지켜본 남편
어려움을 이기려면 공부해야 한다던 큰오빠..모두 졸업식장에 오셨다.
나의 이기적인 행동까지도 보듬어준 가족이 있었기에 나는 스스로의 열등감에서 벗어났다.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학부를 나온 큰오빠..KS인증마크가 붙은 큰오빠가 말했다.
우리집에서 큰여동생이 가장 유명한 명사가 되었다고...
모두다 기뻐해주었고 간간 무거운 등록금에 힘을 주셨다.
아..내친구..시쓰는 동인 묭이도 있구나..대학을 입학하자 마음이라고 두툼한 봉투를 주었던 묭이..
그들의 덕분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마음의 헛헛함을 지웠다.
그리고 독서지도사.독서치료사.한국어지도사.평생교육사.효 지도사.요양보호사 자격증까지
획득했다.
쉬지않고 공부한 것 같다.
오빠들과 남편은 아예 박사과정까지 하라고 하지만..그래야 동생이 ..당신이 젊게 살 수 있다고 하지만 여기서 나는 멈추려 한다.
이제 가정도 돌봐야 하고 내년이면 정년을 맞는 남편의 힘도 덜어줘야 한다.
그리고 결혼 할 때조차도 아무런 도움도 못준 아이들에게 마음을 쓰려고 한다.
아이들이 말한다.
엄마..정말 엄마 멋져요. 이말이 최고의 찬사다.
남편이 말한다.
당신..정말 대단해..
이게 최고의 힘이다.
이런 힘이 있었기에 해날수 있었다. 힘들고 외롭고 고통스러웠지만 지나고 나니 눈부시다.
마지막 등록금..50%장학금을 받아 낸 내 일생 수업료.
그 고지서를 바라보며 등이 가벼워 짐을 느낀다.
이제 남은건 논문...내 아프고 외로웠던 지난 시간의 상처를 말끔하게 아물린 시간들을 써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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