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다고 해도
형제도 아니고...특별히 내가 잘해 준 것도 없는 사람에게 정을 베푼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우연히 방송연결로 만나 내가 만든 특집프로에 출연했고
그리고 간간히 농사짓는 어려움을 달래려 노래자랑 코너에 참여하고 계시는 분...
그분에 나는 올겨울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
김장김치를 해주신거다.
며칠전 김치를 담아놓았으니 오라고 해서 무작정 갔다.
주부로써 가장 걱정이 겨울김장인데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내게 김장을 해놓았다니
무작정 잘려가 덥썩 받아오고 말았다.
배추농사를 만포기나 지으셔서 팔고도 남아 넉넉하게 김장으 하셨단다.
형제들에게도 보내고 나에게 까지 주신거다.
김치냉장고에 넣으니 세통이나 되었다. 그리고 서울에서 내려온 농군가수이자 처녀가수가
몇년전에도 김치를 해주더니 김치한통을 가져왔고, 동네 세탁소하시는 분이 알타리김치 한통을 담아주셔서
걱정없이 겨울을 날 수 있게 되었다.
예전 어머니들께서 겨울이 오면 김장해놓고 연탄들여놓으면 걱정이 없다고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김치도 어찌나 맛있는지..오늘 저녁도 김치한포기를 다 먹고 말았다.
금남면 부용리 가는 금강변 벚꽃십리 길
오늘 낮에 그때 가져온 김치통을 가져다 드리러 갔다.
그때 제대로 인사도 못해 미안하기도 하고..
선물을 가지고 가면 받지 않을까봐 미리 택배로 부쳤다.
겨울에 입을 수 있는 예쁜 옷과 요술버선, 그리고 아저씨 양말세트를 보내드렸다.
내가 할 수있는 것은 그것 밖에 없었으니..
그런데 오늘
나는 또 넘치는 사랑을 받아왔다.
방아간에 가자고 하더니 들깨 기피를 내놓으셨다고(한말 이나) 이만큼을 주셨다.
아니라고 아니라고 해도 차에 밀어넣었다.
그리고 세상에... 참기름 두병 들기름 두병...1년 먹으라고 또 차에 밀어넣으신다.
손자들에게 돈을 조금 건네고 왔지만 이건 정말 넘치는 선물이다.
참께농사를 2가마를 하시고 들깨농사도 6가마를 하셨단다.
기름을 짜거 서울동기간에게 부치고 동네에 있는 분들과도 나누어 드신다고 했다.
세상에...정말 그 깨알같은 깨들을 6가마를 수확하시려면 얼마나 많은 공이 들으셨을까?
한톨이라도 허투루 버리지 않으려 손톱으로 골라내셨을 그 정성..
받지못하고 서 있자 이런 말을 하셨다.
실은 고마워서..누가 이 촌 사람이야기를 그렇게 들어줘...
잘 모르는 사람에게 내 얘기를 털어놓고 그걸 다 들어주고...우울증으로 시달리는데...그나마 털어놓고
마음이 좀 괜첞아 졌다니께..하며 허허 웃었다.
그분은 이혼한 아들의 손주 둘을 보면서 농사를 지으신다.
그 아이들을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고...식은 땀이 흐른다고 한다.
다행이 아직 결혼 않한 딸이 집안을 많이 보살핀다고 한다.
소도 20마리나 사놓았고 집에 필요한 용품들을 사다 댄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를 수차례 털어놓으셨다.
나 바쁜 때는 그런 전화도 성의있게 받지못한 적도 많았다.
그러더니 오늘은 반가운 말을 전했다.
헤어졌던 아들 내외가 합치려고 한다고...둘이 서로 왔다갔다 한다고..
6살짜리 손녀딸이 저혼자 밥먹을때까지만 키우면 데려간다고 한다고...
그웃음이 오늘은 금강물처럼 맑았다.
농촌에서 돈으로 쳐도 엄청난 것을..내게 선뜻 주신 마음
이야기 조금 들어줬다는 이유로...내 살림살이를 걱정하신 분께..나는 지금부터 더 마음을 드려야겠다.
들깨기피를 봉지봉지 나누었다.
나도 얻었으니..주고 싶은 사람들에게 나누려고.
기름도 조금씩 덜어 주고 싶은 사람들과 나누어야 겠다.
올 겨울 그분의 찰진 사랑으로 나는 행복하게 보낼수 있게 되었다.
맛있다..맛있다 하면 먹는 식구들을 흐믓하게 바라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