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쌀은 슬픈 단어이기도 하며,
생명을 뜻하기도 합니다.
밥을 같이 먹는다는 것은 생명을 나누는 일이니까요.
우리는 죽은 자의 입 속에도 쌀을 넣어줍니다.
늘 배 골며 살았기에…….
저승 갈 때 먹으라고…….
차마 빈 입으로 보낼 수 없어…….
지금도 할머니들은
쌀을 내다 파는 것을 "쌀을 산다"고 하며
또 쌀을 사오는 것을 "쌀을 팔았다"고 하는 걸 보면
쌀은 물물교환 시절 돈의 역할을 하기도 한 걸로 보입니다.
그래서 쌀은 사고 파는 것의 표현이 정반대입니다.
도시서민들이나 물가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한때는 정부에서 쌀값을 정해준적도 있었지요.
물론 지금은 시장기능이 이를 대신해 주는 걸로 알고 있고
또 경제 논리에 의해 외국쌀의 도입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들어 본 적이 꽤 오래되었지만,
"하곡수매" "추곡수매"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추곡수매를 위해 쌀을 수매현장에 가져다주고
한 해 농사를 심판(?)받는 것입니다.
이럴 때 농민들은 "쌀을 갖다 바쳤다"라고 했습니다.
쌀을 이야기 할 때, 꼭 끼어드는 씁쓸한 단어.
입도선매와 보릿고개.
입도선매(立稻先賣)는 ‘서 있는 벼를 미리 판다’는 말로,
빚에 쪼들린 농민이 현금을 구하기 위해
논에서 자라고 있는 덜 익은 벼를 파는 것을 말하며
보릿고개는 묵은 곡식은 다 떨어지고 보리는 아직 여물지 않아
가장 살기 어려운 음력 4-5월을 이르던 말입니다.
맥령(麥嶺)이라고 하면 뭐 그럴듯한 말 같지만
보릿고개가 태산보다 높다는 말 앞에서는 가슴이 먹먹해지곤 합니다.
쌀은 화폐단위나 경제 계량단위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내가 알고 있는 어떤 분은 모든 가치를 쌀로 환치합니다.
"그 시절 머슴살이 3년을 하고 받은 새경이 쌀 다섯 가마였지……."
새로 지은 집의 건축비는
"땅값은 내 땅이니까 들어간 게 없고,
싱크대 값까지 합쳐서 아마 쌀 200가마는 들어갔을걸."
아들 장가보낼 때는
"개배미 논 한 자락 판 거 빼고도, 쌀 100가마도 넘을걸."
친구들이 잘 가는 면사무소 앞, 미스 김이 있는 다방은
늘 고개를 외로 꼬고 지나간다.
"커피 한 잔이 쌀 한 되 값"이나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농민들이 순전히 5천만 국민들이 굶어 죽을까봐
농사를 짓는 건 아닙니다.
누가 붙여 준 것도 아니지만 스스로 사회지도층이라고 하는 그 잘난 인간들
입만 벌리면 나라와 조국을 부르짖는 그들도
순전히 국민을 위해 몸 바치는 게 아니듯이 말입니다.
우리가 마땅히 존경해야 할 사람이 그리 많은 세상은 아니지만
나는 농민은 당연히 존경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학 철학교수를 지내던 어떤 분의
글 중에 이런 구절이 생각납니다.
"내가 농민의 고마움을 모른다면
나는 개새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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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글은 소란님 카페에서 퍼왔습니다.
어제 아침
20Kg쌀봉지가 홀쭉하진 것을 보면서 남편에게 "쌀 사야겠네..아님 주말에 시골간다면서
우리 논 벼수확 했는지 봐야겠네"..라고 말했다.
아버님 연세가 많으시고 자식들 다 도시에 나와 있으니 시골논은 다른분이 농사를 짓고
일년먹을 양식을 받아 아버님과 8남매가 나누어 먹는다.
우리도 아들 며느리 손녀까지 식구는 다섯이지만 쌀 한자루 가지면
벌레가 나도록 먹게되어 아파트에 쌀 벌레가 날아다니기 일쑤여서 쌀 걱정을
별로 안하고 사는데 쌀이 거의 떨어져 가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퇴근해서 보니
쌀 20Kg한봉지가 택배로 도착해 있었다.
누가,,쌀을..하고 보니 방송국에서 추석선물로 보낸것이다.
사장님 성함이 써 있는 쌀..기분이 참 좋아졌다.
프리랜서들의 추석을 살피는 마음으로 쌀을 보내셨을게다.
남편도 야..당신 방송국 참 좋다..이렇게 좋은 선물을 보내고..
그렇네..아침에 쌀 떨어져간다고 말했더니 우리 사장님 그 말 들으셨나보네..
선물로 받은 이 쌀 추석에 뜯어서 차례상에 올리고 식구들 모이면 맛잇게
밥 해 줘야지 마음먹었다.
쌀은 슬픈 단어이기도 하며,
생명을 뜻하기도 하다.
밥을 같이 먹는다는 것은 생명을 나누는 일이니까.
우리는 죽은 자의 입 속에도 쌀을 넣어준다.
늘 배 골며 살았기에…….
저승 갈 때 먹으라고…….
차마 빈 입으로 보낼 수 없어…….
이말이 왜 그렇게 가슴을 일렁이게 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