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병원에 계시는 사이
시골집을 단도리하러 다녀왔다.
아버님이 혼자 계셨어도 사람의 훈김은 집을 지탱하는 힘이 되는데
일주일 집을 비웠다고 대문앞에 우편물이 쌓였고
밥솥 밥은 상해 곰팡이가 피어있었다.
냉장고의 반찬과 밥을 두엄에 버리고
뒷산에 심어놓은 옥수수랑 호박을 보러갔다.
옥수수 절반은 고라니나 멧돼지가 먹어치웠다.
익은것으로 골라 한자루 따고 나머지는 이제 산징승 밥이 되어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먹만하게 달린 호박 한덩이와 호박잎 몇장을 따가지고 왔다.
남편은 유난히 호박잎국을 좋아했다.
어머니의 호박잎국
별것 넣는 것도 없는데 어머님이 끓여주시면 다슬기국 맛이 난다고 했다.
쌀뜨물에 된장풀고 멸치 몇마리 부셔넣고 감자넣고
호박 툭툭 깨서 넣고 마늘 다진것과 매운고추 넣어 끓이는 것인데
어머니 호박국은 유난히 맛있다고 했다.
마음이 많이 아플 남편을 위해
오늘 아침 호박잎국을 끓였다.
나도 어머니가 하신 것처럼 멸치넣고 호박도 깨서 넣고 감자도 넣고
매운고추도 다져넣고..마늘넣고..
간을 보니 어머니 맛은 아니었다.
호박잎국에 고추장 한수저를 풀어 밥을 말아 먹은 남편은
'맛있다'라는 말로 민망함을 덜어줬다.
아버님 편찮으시니 남편은 어머님 생각이 더 간절한듯 하다.
어머니 계셨으면 이럴때...
가을이 들이닥치면 우리는 또 어머니와 가을추억을
떠올리며 많이 그리워할것이다.
다슬기국, 두부 썰어넣은 김치국,무우 멸치조림.
고추장돼지고기볶음. 고등어 감자조림.두부조림
특이하게 게를 장조림처럼 해서 먹는 게장조림
호박잎국. 그리고 바람떡
아..그리운것은 사랑이고, 아픔이고. 눈물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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